900명 이상의 네이버 블로거 게시물이 무단으로 도용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국내 한 프로그래머가 세계적 검색엔진인 구글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검색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게시물을 구글에서 노출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가 무더기 무단 도용 사태로 번진 것이다.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구글에 표출하기 위한 선한 의도로 개발한 것”이라는 프로그래머 해명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동의 없이 게재한 것에 대한 저작권 위반 논란은 커지고 있다.

네이버블로그PP ‘무단 도용’

21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네이버블로그PP’라는 웹사이트가 블로거들의 허락 없이 블로그 게시물을 ‘크롤링’해 사이트에 게재하고 광고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롤링이란 검색엔진 로봇을 이용해 웹의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술이다.

이는 네이버 블로거들이 구글 검색을 하다 자기도 모르게 게시물이 낯선 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속속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모바일을 주제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함영민 씨는 지난 9월 25일부터 네이버블로그PP라는 사이트를 통해 함씨의 블로그로 들어온 사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을 최근 발견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함씨의 블로그 게시물이 그대로 복사된 것은 물론 구글 광고까지 붙어 있었다. 함씨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창작물을 불법으로 도용한 후 구글 광고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까지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블로그PP를 만든 프로그래머 최모씨는 “콘텐츠를 도용해 광고 수익을 챙길 의도가 없었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최씨에 따르면 네이버블로그PP는 구글에서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이 쉽게 검색되도록 만들어주는 마케팅 서비스다. 네이버 본사와는 관계없이 프리랜서인 최씨가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현재 구글 검색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의 내용이 잘 노출되지 않는다. “블로그로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길 바라는 블로거를 위한 서비스”라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문제는 서비스를 신청하지도 않은 블로거까지 이 사이트에 등록됐다는 점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해 자동으로 블로그 게시물을 수집·등록하는 식으로 설계됐다.

경찰에도 저작물 침해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서 최씨의 출석을 요구했다. 장지원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블로그 게시물도 창작자의 저작물이기 때문에 타인이 이를 복사하거나 무단으로 전자전송해 상업적 이익을 얻었다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저작물 도용으로 창출된 이익이 적은 액수라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도 몰라

정확한 피해 규모는 이 프로그램을 만든 최씨 본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21일 개발자에게 직접 네이버블로그PP에 등록된 자신의 게시물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블로거만 900여 명에 달한다. 최씨는 이렇게 요청한 블로거를 서비스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수습하고 있다.

블로거들이 법적인 방법으로 저작물 도용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블로거는 “콘텐츠 도용으로 해당 사이트가 챙긴 구글 광고 수익을 모두 합산하면 액수가 커지지만, 이를 블로거 개개인의 피해액으로 나누면 금액이 적어 보상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본사는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한 상태”라며 “어떤 블로그를 상위에 노출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블로그 트래픽에서 네이버블로그PP를 경유한 부분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