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구찌
버버리, 구찌
‘패션 패딩’이 유행하고 있다. 허리 벨트와 퀼팅(누빔) 디자인 등으로 슬림해지고, 짧은 기장의 쇼트패딩으로 개인의 패션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 패딩은 수많은 의류 중 기능성이 가장 강조되는 옷이다. 한겨울에 입는 만큼 보온성이 보장돼야 하고, 질 좋은 충전재를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 한겨울 쏟아지는 눈에도 걱정 없는 튼튼한 원단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이지만, 등산 등 운동할 때 입는 아웃도어급의 품질이 강조된다. 하지만 기능을 위해 패션을 포기하는 건 이제 옛날 스타일이다.

요즘 패딩은 겨울 아우터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패딩의 대명사격인 몽클레르를 비롯해 버버리,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은 올해 브랜드 고유의 패턴과 로고를 강조한 신상품을 내놨다. 연예인 패딩으로 입소문 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퓨잡’, 몽클레르 CEO가 설립한 ‘듀베티카’ 등 새로운 브랜드도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듀베티카
듀베티카

무늬와 색상 과감해진 패션 패딩

구찌
구찌
여성 패딩은 지난해에 이어 허리 라인이 강조된 디자인이 유행하고 있다. 허리 일부를 밴딩 처리하거나 내부 끈을 조여 최대한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낸 것이 특징이다. 허리에 두르는 웨빙 벨트가 포인트인 제품도 다수 출시됐다. 모자와 소매 부분에 폭스퍼(여우털), 라쿤털 등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삼각형, 마름모 등 일정한 모양대로 솜을 넣고 누빔을 하는 퀼팅 기법을 사용한 제품도 인기다. 모양대로 옷에 박음질을 해 일반 패딩에 비해 덜 펑퍼짐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무늬와 색상도 과감해졌다. 버버리와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은 시그니처 패턴이나 로고를 강조한 패딩 제품을 내놨다. 올해 구찌가 한국 단독 제품으로 출시한 ‘아이보리·블랙 나일론 아우터웨어’는 구찌를 상징하는 ‘GG’ 프린트가 제품 전체에 입혀졌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는 올해 노란색, 초록색 등 강렬한 색상의 신상품을 내놨다.

허리까지 오는 쇼트패딩 인기 지속

에르노
에르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쇼트패딩도 올해 대세를 이어간다. 몽클레르 관계자는 “올해 패딩 트렌드의 특징은 MZ세대를 위한 크롭(허리 위로 올라오는 짧은 길이) 기장의 다운 재킷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롭은 엉덩이를 채 덮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기장을 뜻한다. 올 들어 시작된 짧은 상의 유행이 패딩에까지 적용됐다. 짧은 쇼트패딩은 발랄한 느낌을 줘 캐주얼한 스타일을 구현하기 좋다. 그렇다고 가격이 낮은 건 아니다. 최근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연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크리스조이는 MZ세대로부터 ‘연예인 패딩’으로 불리는 브랜드다. 쇼트패딩 제품인 ‘트위드 패딩 재킷’은 270만원대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프리미엄 패딩 시장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몽클레르와 버버리의 쇼트패딩 제품 가격은 보통 200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쇼트패딩보다 출퇴근할 때 입을 포멀한 패딩을 선호하기도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및 판매하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에르노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정장에 어울리는 코트 느낌의 제품으로 ‘직장인 패딩’으로 불린다. 노경훈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바이어는 “남성 패딩은 기존보다 코트 형태를 띤 패딩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말했다.

친환경 패션 뜬다

파라점퍼스
파라점퍼스
패셔니스타들이 옷을 볼 때 디자인만큼 중요시하는 건 소재다. 반짝거리는 유광 패딩은 엇비슷한 무광 패딩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무거운 패딩도 줄어들고 있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들은 새로운 소재를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배우 전지현이 유명 드라마에서 착용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캐나다 패딩 브랜드 노비스는 자체 개발한 신소재 ‘3L’을 사용한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자들에게는 친환경도 중요한 화두다. 이에 맞춰 패딩 브랜드들은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내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거위와 오리의 솜털(다운)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인증이다. 에르노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에르노 글로브’ 컬렉션에 옥수수, 대나무 숯 등 천연 추출물을 기반으로 하는 천연 염색 기술과 5년 만에 분해되는 특수 나일론 소재를 적용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