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건너편에서 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강 건너편에서 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피 지수가 2900~3000선 박스권에 한달 반째 갇혀 있다. 2900선 붕괴를 위협받은 뒤에는 반등하지만, 30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서는 힘이 빠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시작된 실적 시즌동안 호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걸 이유로 꼽고 있다. 기업들의 올해 1~2분기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계속 웃돌았다. 그렇다보니 증권사들도 실적 눈높이를 높였지만 실제로는 내년 전망치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다시 전망치를 깎고 있다.

1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04포인트(0.51%) 내린 2947.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초인 지난 15~16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장중 3000선을 넘었지만, 기관의 매도 공세에 다시 2950선까지 내준 상태다. 지난 7월 초 고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저점을 낮춰왔다.

국내 증시에서 상승탄력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내년 실적 전망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246조2281억원으로, 석달 전보다 3.31% 낮아졌다. 이는 6개월 전 전망치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는 실적 전망치를 계속 높여잡았다가, 여름 이후 다시 전망치를 꺾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 산업인 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하락폭이 13.01%로, 전기가스업(-217.33%)와 종이·목재(-17.42%)에 이어 세 번째로 가팔랐다. 여름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점정을 찍었다는 분석이 외국계 증권사에서부터 나왔고, 이후 국내 증권가도 이를 받아들였다.

앞서 기업들은 호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증권가의 눈높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82개회사는 지난 3분기 매출 332조870억원, 영업이익 31조510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던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3%와 20.32% 증가한 수준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치 대비 -2%로 기대 수준 정도로 나왔다”며 “1분기와 2분기의 영업이익 서프라이즈 비율이 14%와 7%였던 데 비하면 실적에서의 큰 기대감은 확실히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별로 좋은 실적을 발표한 실적시즌 기간 동안 코스피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실적시즌이 시작됐는데, 직전 거래일인 같은달 27일 코스피 종가는 3025.49다. 호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코스피는 오히려 2.58% 빠졌다.

실적시즌 기간동안 기관의 수급이 코스피 등락을 좌우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코스피가 하락한 날은 모두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했다. 실제 이 기간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만 7756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474억원 어치와 283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