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급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한·미 양국이 이번엔 외교차관 회담을 열었지만 또다시 종전선언에 대한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회담이 끝난 뒤 “종전선언을 포함한 각 급의 소통과 공조를 확인했다”고 밝힌 한국 외교부와 달리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협의가 ‘막바지 단계’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양국 간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간의 회담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양 차관은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에 대해 각 급에서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 외교차관이 종전선언을 논의했다는 걸 확인하는 동시에 종전선언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른바 ‘종전선언 입구론’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미 국무부의 발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부분은 “두 장관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통된 약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는 짧은 한 문장뿐이었다. 미국은 대신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그 너머의 평화, 안전, 번영에 린치핀(핵심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며 “동맹국들과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특히 미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이 인도·태평양 ‘너머(beyond)’에 미친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역외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인식차를 부인해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우리(한·미)는 각각의 단계에서 정확한 순서와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며 미 고위당국자로서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양국 간 시각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미국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큰 차원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지시간 17일 열리는 한·미·일 3자 간 외교차관협의에서도 이 같은 시각차가 드러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