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 없애거나 위치 바꿔 개교 미뤄지기도…"과밀학급 우려"
대전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들어서는데 학교는 없어
대전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설립이 불투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신도시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지만, 학교 신축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학습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구 천동지구에는 내년 신흥 SK뷰 1천588가구를 시작으로 4년 동안 리더스시티 3천463가구, 가오동 1·2구역 재건축 아파트 등 최소 6천650가구가 건설돼 2026년 입주할 예정이지만, 단지 내 중학교 설립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2004년 천동 2지구에 중학교를 신설하기로 하고 1만3천㎡ 규모 학교 부지까지 마련했지만, 교육부가 학교를 신설할 만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이후 해당 부지는 용도 변경도 되지 않은 채 유휴 부지로 남아있다.

인근 5개 중학교와 아파트 단지 사이 등·하교에 1시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등·하굣길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

대전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들어서는데 학교는 없어
동구청과 동구의회 등이 지속해서 학교 신설을 요청하고 있으나 대전교육청은 인근 개발지역 사업에 따른 실제 학생 수 증가와 교육부의 학교설립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2023년 4월 입주가 예정된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당초 예정돼 있던 학교 용지가 사라져 도마에 올랐다.

2018년에는 토지이용 계획상 3천50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 내에 초등학교 용지가 있었지만, 교육청이 수요 예측을 잘못해 학교 용지를 반납하면서 신설 계획이 취소됐다.

교육청은 증축 불가 판정을 받았던 용산초를 일부 증축하는 것으로 변경해 이 아파트 단지 학생들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수요를 훌쩍 뛰어넘는 700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돼 과밀 학급이 우려된다.

내년 개교하려던 복용초는 입지 예정지인 도안 2-2지구 개발사업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개교가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당시 학교 설립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은 학교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여 1년 4개월 만에 2억여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복용초의 경우 애초 도안 2-1지구 입주민을 위한 초등학교임에도 2-2지구로 입지를 변경하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며 "도안지구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일어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인한 법적 다툼 때문에 애꿎은 입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들어서는데 학교는 없어
내년 개교 예정인 갑천지구 호수초등학교의 상황도 비슷하다.

호수초는 애초 특수학급을 포함해 20학급(400명)으로 설계돼 완공됐으나,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신혼부부·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비율이 급증하면서 학생 수요가 애초 예측의 배 넘는 850여 명으로 늘었다.

이달부터 당장 트리풀시티 입주가 시작됐는데 호수초 개교 시기는 내년 3월로 차이가 나는 데다, 수요예측 실패로 수용해야 할 학생이 급증하면서 혼란을 빚었다.

교육청은 학생들을 도안초로 임시 배정하려 했으나 도안초의 학급당 인원도 29.3명으로 과밀 학급이어서 원앙초로 배치하기로 했다.

올해 분양을 앞둔 용문 1·2·3구역 재건축 사업지와 서구 도마·변동 재개발 지역에서도 초등학교 신설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입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지역 건설업체가 학교 용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추진하면서 '학교 없는 신도시'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나온다.

정기현 시의원은 "학교 용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별도 지구에 초등학교를 세우겠다는 사업자 말만 믿었다가 2천560세대 자녀 900여 명이 엉뚱한 초등학교로 분산 수용되고 조립식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복용초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며 "대전시장과 교육감이 건설업자 요구대로 밀어붙인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대전지역 도시개발·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 사업이 학교 신설 방안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며 "위법 행정 의혹과 행정 미숙,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인한 학습권 피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