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합리적 이유없이 동업조건 부동의한 조합원 제명 정당"
동업 재계약 조건에 불만을 품은 소수 지분 참여자가 합의에 걸림돌이 되면 제명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모 여성병원의 전 공동운영자 A씨가 동업자 B씨와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의사인 A·B·C 세 사람은 2008년 4월 병원을 공동 운영하기로 하고 동업 계약을 맺었다.

출자 지분은 A씨와 C씨가 7분의 1씩, B씨가 7분의 5로 약속했다.

가장 많이 출자한 B씨가 병원장으로서 경영권을 갖게 됐다.

이들은 약정 기간 5년이 지난 뒤에도 병원을 함께 운영하다가 2014년 2월 동업 계약 내용을 변경해 재계약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최대 지분 보유자 B씨가 제시한 안은 3년의 재계약 기간 후 다시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동업에서 탈퇴하는 사람에게 남은 사람이 지분 만큼의 돈을 돌려준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간 고정급으로 지급해온 의사직무수당은 성과급으로 바꾼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세 사람은 이를 두고 논의를 했는데 A씨는 이런 변경안이 소수 지분 조합원에 불리하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양편으로 나뉜 A씨와 B·C씨 사이엔 불화가 생겼고, A씨는 나머지 두 사람의 결의에 따라 제명됐다.

A씨는 자신이 병원 조합원임을 확인하고 B·C씨에게 2억여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재계약 체결 거부로 회복할 수 없는 불화가 생겨 더는 동업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겼다"면서 "민법에서 정한 제명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2심은 A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세 사람의 성과급 전환 협의가 B·C씨의 주장에 못 이겨 이뤄진 것이라는 등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계약 불발이 A씨의 귀책사유로 인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고, A씨에게 나머지 두 사람이 모두 8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과급제나 탈퇴 조항이 특정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 아니라며 다시 판단을 뒤집고 원심 판결 중 B·C씨의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A씨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