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난민 밀어내기'를 자행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추가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가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제재 조치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EU의 외교부 장관들이 오는 15일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으로 중동 출신 난민을 데려오는 데 관여한 벨라루스 관료, 항공사 등이다. 그는 "항공사와 여행사 임원들이 EU의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번 사태와 위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30여명의 벨라루스 정부 관리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EU는 벨라루스가 EU의 제재에 보복하고 유럽 사회에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난민을 국경 지역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EU는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야당을 탄압하고 부정선거를 치렀다는 이유로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했다. 지난 6월엔 반정부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며 경제 제재를 부과 받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1일 EU가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폴란드와 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운영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은 벨라루스를 경유한다. 유럽 가스 공급량의 5분의 1이 이 가스관을 통과한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더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벨라루스의 동맹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벨라루스 대통령이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을 끊으라고 명령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우리와의 가스 운송 계약 위반"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며 "아마도 그가 홧김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