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200주년 기념영화 '탄생' 제작발표회…윤시윤·안성기 출연
"김대건은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청년 선각자·모험가였죠"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김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극영화 '탄생'이 제작에 들어간다.

김대건 신부는 열다섯 살의 나이에 마카오 유학길에 오른 뒤 한국 최초의 사제 서품을 받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25살에 순교했다.

영화 '탄생'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로서뿐 아니라 격동의 시대, 바다로 육지로 동아시아를 누볐던 청년 선각자이자 모험가로서의 면모도 담아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박흥식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영화가 천주교 영화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며 "김대건 신부의 삶을 과장하지 않고 핵심만 골라도 너무 재밌다"고 강조했다.

김대건 신부는 마카오 유학 시절 아편전쟁을 목도했고 프랑스 극동함대 에리곤호에 통역으로 올라 난징조약 체결 현장을 참관했다.

또 작은 목선 '라파엘호'를 타고 서해를 횡단하고 만주를 통한 육상 입국로를 개척했다.

박 감독은 "김대건 신부는 조선인 가운데 처음 서양 언어를 배우고 체계적인 서양 교육을 받아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된 사람"이라며 "선각자이자 모험가로서 조선의 근대를 어떻게 열어젖히고 스러져갔는지 스펙터클했던 당시의 세계 상황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역사에서 김대건 신부를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김대건 신부가 서해를 횡단한 것을 두고 무모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는데 김대건은 상해에 갈 때 총을 준비했을 정도로 치밀했다.

에리곤호에서 항해술도 배웠고 그 경험이 자신감이 된 것 같다"며 "그 근거들을 찾아 영화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부로서 조선의 천주교를 위해 그 많은 일들을 했다고 하면 천주교 영화가 되지만,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가 위기의 조선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사명감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대건은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청년 선각자·모험가였죠"
윤시윤이 학구적이고 신앙심 깊은 청년 김대건을 연기한다.

김대건과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는 신학생 최양업과 최방제는 이호원과 임현수가 맡았고, 안성기가 세 신학생을 교육한 역관 유진길을 맡았다.

윤시윤은 "이런 작품,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영광"이라며 "그만큼 부담도 있지만,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며 조금씩 용기를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건에 이어 두 번째 사제가 되는 최양업을 연기한 이호원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그 많은 분의 희생이 와닿지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며 "대본을 보면서 평등이라는 개념이 없던 조선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안성기는 "신자이기 때문에 의무감도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아서 해야겠다고 했다"고 말했고, 박 감독은 "뭐라도 하시겠다고 하셔서 유진길 역을 부탁드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를 본 유흥식 대주교가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의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바티칸에 있는 유흥식 대주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생을 사신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과 용기와 삶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분"이라며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도 참석했다.

영화는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해 내년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