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日 수출규제처럼 요소수 대응하나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더니 이젠 화물차 2000대가 하루 쓸 분량의 요소수 2만L를 수입하기 위해 군 수송기까지 호주에 급파할 지경이니 말이다.

당장 일부 운전자가 차를 멈춰 세워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성난 민심을 달래려 하는지 정부는 ‘일본’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지난 7일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의 결과로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부장 대응체계와 동일하게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해 일본에 수입을 의존하던 3대 소재의 수입국 다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국내 중소 소부장 기업을 적극 육성했다.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경험이 있으니 중국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이번 요소수 수급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에 맞선 노력의 ‘결과’를 따져보면 정부가 “소부장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3대 소재 중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수출규제 전인 2018년 41.9%에서 올해 9월까지 13.2%로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이 독보적인 생산 기술력을 갖고 있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같은 기간 82.6%에서 93.1%로 오히려 올랐다. 포토레지스트는 2018년 93.2%에서 올해 81.2%로 줄었지만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대일 수입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정부 노력이 전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됐던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부장 100대 품목의 대일 의존도 역시 지난 2년간 31.4%에서 24.9%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소부장 육성과는 별도로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요소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 전략이 대일 수출규제와 같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이 소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기술력이 없어 피해를 봤지만 요소 수급난은 한국이 제조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균열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