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사업자간 협약서 내용 두고 특혜·사업비 부풀리기 의혹 증폭
토지 수용도 난항 예상…보상액 오르면 분양가 상승 가능성도

대장동 의혹 사태로 재점화된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장동 논란 닮은 꼴'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갈등 어디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은 연북로∼한라도서관∼제주연구원을 아우르는 76만4천863㎡ 부지 중 9만1천151㎡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67만3천712㎡는 공원 등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가 처음 적용되면서 추진됐다.

도는 당초 지방채 발행을 통해 이 부지를 매입해 도시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재정부담 가중과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민간 자금을 투입해 전체 부지 중 12% 면적에 아파트를, 나머지는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100% 도시공원 조성이 무산되면서 난개발 논란과 투기 의혹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이 사업은 지난 7월 제주시가 우여곡절 끝에 실시계획 인가와 사업 시행 승인을 고시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한번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이 도의회 행정감사에서 공개한 제주시와 사업자 간 체결한 이 사업 협약서 내용을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시작된 토지 보상 논의에서 시와 토지주간 협상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제주시장 귀책 사유 조항에 분양가 인상도 가능
홍 의원은 이 협약서를 공개하면서 "협약서가 사업자 위주로 작성돼 체결됐으며 사업비 부풀리기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시와 사업자는 실시계획 인가 시점을 포함해 행정 처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하면 제주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협약서에 포함했다.

또 시의 귀책 사유로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해당 기간만큼 사업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비용에 대해 시가 보상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대장동 논란 닮은 꼴'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갈등 어디로
큰 위험부담이 없는 사업임에도 시행사가 수익률 8.9%를 보장받도록 한 데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면 분양가 재협의도 가능하게 했다.

홍 의원은 이로 인해 토지보장 가격이 상승해 사업비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정산 방법과 시기는 양측간 별도 협의를 진행하도록 했으며 향후 5년간 상대방 동의 없이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홍 의원은 또 세대수가 1천603세대에서 1천422세대로 줄었지만, 총사업비는 5천297억원 그대로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아파트 규모가 줄었어도 총사업비가 줄지 않고 그대로라면 가구당 분양가 8천만원이 부풀려진 셈으로 1천1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당 등도 해당 사업이 '대장동 개발비리'와 유사하다며 도의회의 행정사무 조사권 발동과 이 사업의 원점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의 실시계획 인가 취소를 위한 공익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 "초과 수익분 기부채납…사업 무산 시 난개발 우려"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자 제주시와 시행사 측은 즉각 해명했다.

시는 브리핑을 열고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시는 "협약서 내용 중 '제주시장 귀책 사유' 부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실시계획 인가 시점을 8월 10일로 명시한 사유는 도시공원 일몰 기한(8월 11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월 10일이 지나 도시공원이 자동 일몰 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논란 닮은 꼴'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갈등 어디로
또 "인가기한은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에도 명시돼 있는 사항"이라며 "협약서는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을 기준으로 타 지자체 협약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업자인 오등봉아트파크는 홍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며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등봉아트파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가 협약서 초안을 제시했고, 여기에 시가 사업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 만큼 '협약서가 사업자 위주로 작성돼 체결됐다'는 주장은 의혹에 불과하다"며 "또 당사는 공동주택이 미분양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해도 2천400억원의 공원을 기부채납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 무산으로 인해 예상되는 해당 토지에 대한 난개발 등 공공의 손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아파트 세대수 감소에 따른 초과수익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아파트 세대수가 축소됐지만, 총 공급면적은 동일해 공사비와 수익은 변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또 "만약 분양가가 상향돼 초과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자는 약정된 수익률을 상회하는 부분을 제주시에 기부채납하게 돼 있어 분양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진실 공방이 과열되자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됐던 '오등봉 및 중부공원에 대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의 상정을 보류했다.

감사원도 최근 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이 사업에 대한 자료를 시에 요청하면서 조만간 감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11개 시·도에 도시공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논란 닮은 꼴'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갈등 어디로
◇ 또 다른 '변수'인 최종 토지 보상금액
여기에 사업 추진 과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인 토지 감정평가 결과 발표도 지연돼 또 다른 진통도 예고된다.

시에 따르면 당초 10월 말로 예정됐던 오등봉공원 토지 감정평가 발표가 11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감정평가는 시와 토지주, 시행사가 추천한 토지 보상 전문기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시는 이들 기관에서 평가한 보상액을 산술평균해 최종 보상금액을 정하게 된다.

수용 대상은 144필지로 41만5천513㎡에 달한다.

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지침에 따라 가장 최근에 고시된 공시지가의 5배를 보상가로 계획했다.

토지 위치별로 다르지만 3.3㎡당 평균 18만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반면 토지주들은 인근 토지가 3.3㎡당 200∼300만원에 거래된다는 점을 근거로, 실거래가 이상의 보상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시가 제시한 최종 보상금액이 토지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토지 수용은 험난해진다.

오등봉공원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주변시세보다 낮은 보상금액이 제시되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변시세와 맞춘 보상금액이 제시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토지 보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순 있다 해도 지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감정평가가 끝난 광주시 송정근린공원과 전북 익산시 마동·모인·소라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도 최초 사업 제안 당시 예상했던 토지 보상액보다 감정평가액이 3∼5배나 높게 나오면서 분양가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부지 내 조성될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약 1천650만원으로 책정됐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