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만배씨(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만배씨(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남욱 변호사가 4일 구속됐다. 지난달 김 전 부국장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한 차례 체면을 구긴 검찰은 이번 영장 발부로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수사가 확대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法 “구속 필요성 인정”

김 전 부국장의 영장 심사를 맡은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4일 자정을 지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변호사‧정 변호사의 구속 여부를 심리한 문성관 부장판사도 남욱 변호사에 대해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해선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1일 추가 기소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전 부국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 정 변호사에게 유 전 본부장과 공모(배임 공모)한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부국장, 남 변호사, 정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이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개발 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고 보고 있다. 성남도개공은 확정수익만을 분배받고, 민간 사업자가 나머지 개발이익을 가져가도록 한 사업구조 때문에 성남도개공이 ‘651억원+α’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부국장과 남 변호사가 대질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휴식 시간에 함께 화장실을 가는 등 ‘말 맞추기’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의회 로비 정황도

검찰은 성남도개공 설립을 위해 김 전 부국장이 성남시의회 등을 상대로 로비 작업을 벌인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정 변호사에게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7개 조항 삽입을 요구했고, 이것이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사업 편의를 받는 대가로 지난해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전 부국장 측과 검찰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먼저 1시간가량을 할애해 구속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김 전 부국장 측은 2시간 이상 발표를 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어 개발이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아울러 의왕백운밸리 도시개발 사업 등 다른 민관합동개발에서도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며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민간사업자에게 이례적으로 유리하지는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김만배, 남욱 등 핵심 인물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와 혐의 최종 입증은 별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 발부 단계에서 법원은 혐의가 낮은 단계에서 입증됐는지 여부만 판단한다”며 “검찰이 정황증거 이상의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수사’ 여부에 쏠리는 시선

수사가 당시 성남시 ‘윗선’으로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김 전 부국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배임 혐의와 관련해 “그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성남시장 당시)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이라며 “저희는 그분의 행정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이 후보가 의혹의 ‘몸통’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부국장은 자신의 변호인이 “이 후보에게 배임 적용이 어려우면 김 전 부국장에게도 배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시의 행정 절차와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인데 언론이 왜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핵심 인물들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상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 후보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유 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 후보를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고, 배임의 피해자를 성남도개공으로 한정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고정이익 확보’라는 정책적 판단을 한 이 후보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이날 성남시청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은 2015년 2월 ‘시장님’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최한종/오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