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바이넥스가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생산을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돌연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와 CMO 업체 간 합의가 중간에 깨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바이넥스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전 세계에 회사 이름을 알릴 기회도 놓치는 상황이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백신 위탁생산을 위해 구성된 한국코러스컨소시엄에서 바이넥스가 최근 제외됐다. 한국코러스컨소시엄은 한국코러스를 주축으로 이수앱지스, 제테마, 바이넥스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스푸트니크 백신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국부펀드(RDIF)는 이 컨소시엄에 스푸트니크 백신 5억 도스 생산을 맡겼다. 이를 위해 한국코러스와 이수앱지스, 제테마는 RDIF와 백신 원액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했다.

바이넥스가 뒤늦게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은 백신 원액 생산에 쓰이는 바이오 리액터(배양기)를 둘러싼 RDIF와의 이견 때문으로 알려졌다. RDIF는 러시아 내 생산에 사용하는 중국산 배양기와 같은 제품을 컨소시엄도 도입하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넥스가 이를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넥스와 달리 한국코러스와 이수앱지스, 제테마는 RDIF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넥스는 보유 설비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데 반해 RDIF는 전 세계에서 균질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설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바이넥스가 입장을 바꾸지 않자 RDIF는 급기야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한국코러스에 ‘바이넥스 제외’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넥스는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이 무산됐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는 “특정 고객사(RDIF)에 사업을 올인할 수는 없다”며 “제넥신과 셀리드 등 국내 4개 업체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스푸트니크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품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 등을 고려해 바이넥스가 실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