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의 신임을 묻는 제49회 중의원(의회 하원)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권을 유지했다.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는 자민당과 거대 여당의 출현을 막으려는 야당이 18세 이상 유권자 1억562만 표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3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행된 총선 결과는 1일 오전 5시50분께 가나가와현의 개표 작업을 끝으로 최종 확정된다.

기시다 총리 신임 투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31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 명단에 장미꽃 표식을 붙이고 있다.  EPA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31일 도쿄 자민당사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 명단에 장미꽃 표식을 붙이고 있다. EPA연합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오후 10시30분 현재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확보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59석,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30석을 얻었다. 공산당과 국민민주당은 8석과 6석, 무소속 후보가 8석을 따냈다.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NHK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212~253석, 공명당은 27~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239석으로 과반 의석인 233석을 넘길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276석과 29석을 합해 305석을 차지했던 직전 의회에 비해서는 66석이 줄어든다. 반면 접전 지역에서 자민당이 모두 승리해 253석을 차지하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공명당도 35석을 얻어 양당이 288석을 따내면 절대안정다수 의석인 261석을 넘는다. 절대안정다수 의석은 의회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고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의석이다.

중의원 총선은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집권한 지 열흘 만인 14일 의회를 해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을 기시다 총리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부터 기시다 총리까지 9년여 동안 이어진 자민당 1강 정치 체제를 평가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자민당은 2012년 정권 탈환 이후 치러진 세 차례의 총선에서 모두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2017년 선거에서는 276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기시다 총리는 공명당과 합쳐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하느냐를 승패의 기준으로 정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실상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의석수를 40석 이상 잃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시다표 정책’ 추진되나

자민당이 단독으로 233석 이상을 얻으면 기시다 총리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적극적으로 임금 인상을 유도해 ‘임금 정체→소비 부진→기업실적 악화→투자 회피’의 악순환을 끊는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개혁을 추진해 지방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고 얼어붙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수십조엔 규모의 경제대책을 신속하게 실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반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기시다 총리의 장기 집권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은 내년 여름 참의원(의회 상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기시다 총리를 간판으로 참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나오면서 내각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장기 집권에 실패하면 ‘장수 총리 뒤에 단명 정권이 이어진다’는 일본 정계의 징크스가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장기간 집권한 총리 뒤에는 재임 기간이 1년 남짓인 단명 총리가 잇따랐다. 역대 최장수 총리인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도 1년여 만에 물러났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