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 미국과 유럽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신조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침체(Great Recession)’를 겪은 선진국들이 1년 만에 ‘퇴사 쓰나미’로 시름하고 있다. 물류대란 등 공급망 병목에 발목 잡힌 선진국들의 경제 회복 속도가 극심한 인력 쇼크 탓에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15~64세 근로자는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2.8% 감소했다. 한국을 포함해 8개국으로 넓히면 코로나19 유행 후 줄어든 노동 인력은 올해 2분기 기준 1045만 명에 이른다.

미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미국에서만 30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조기 은퇴를 택했다. 코로나19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주식, 주택 등 자산가치가 급등해 노동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의 15~64세 근로자는 1억5316만 명이다. 전체 노동 인구의 2% 정도가 예상보다 일찍 일손을 놨다.

팬데믹 후 ‘노동 거부’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노동자 이탈이 장기화하면 선진국 국가시스템을 지탱하는 사회보험은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크다. 재정 대부분을 노동 인력에 기대고 있어서다.

일손 확보에 실패한 기업들이 인력을 구하려고 임금 인상에 나서면 그 여파는 소비자물가로 번진다. 임금 노동자의 나아진 주머니 사정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소비가 줄고 실물경제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