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지만 기업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를 움켜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달러예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654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하나은행 직원이 19일 서울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지만 기업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를 움켜쥐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달러예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654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하나은행 직원이 19일 서울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뛰었지만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쌓아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붕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기업의 달러예금이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1년 9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국내 기업의 달러예금은 8월 말보다 22억3000만달러 불어난 654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은 5월(638억달러)에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6월(625억2000만달러) 7월(622억5000만달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8월(631억9000만달러)에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9월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계가 보유한 달러예금은 9월 말 167억3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4억6000만달러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자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달러를 처분한 가계가 늘었다. 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70원40전으로 8월 평균(1161원10전)보다 9원30전 상승했다.

기업이 달러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8~9월 수출액이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달러예금 증가 배경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예고한 데다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로 인한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