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국방부가 ‘국방 워킹그룹’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의 접점을 찾아 군사 협력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압박을 수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27~28일 제20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포함한 지역 전략 협력 증진의 일환으로 국방 부문 워킹그룹 설치를 제안했고, 한국 국방부는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양국 군 당국은 실무 수준의 비공식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장관급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관련 논의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국방 워킹그룹 제안은 한국에 ‘대중(對中) 견제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한국은 미국·호주·일본·인도 안보협력체인 ‘쿼드’ 등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일 동중국해에서 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일본·네덜란드 6개국이 동참한 연합 해상훈련에도 빠졌다.

워킹그룹이 구성되면 미국이 이를 통해 다각도에서 한국에 안보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워킹그룹이 중국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군 소식통은 “워킹그룹 구성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특정국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