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해보험사들이 올 연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전망이다. 이미 여러 차례 실손보험 보험료가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기록해서다. 이는 앞서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보험사가 감당하는 실손보험 손해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을 대폭 늘린 문재인 케어가 일부 의원의 과잉진료와 이용자의 불필요한 치료를 유발함으로써 민간보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백내장 수술 검사비의 급여화로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 문제가 대두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 확립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단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文 케어' 풍선효과에…실손보험 적자 규모 더 커졌다

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급보험금과 손해조사비, 지급준비금 증감 등을 합친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5조52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0% 늘어난 수치다. 가입자의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금액인 위험보험료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6% 많은 4조1744억원으로 집계됐으나, 보험료 지급 정량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적게는 8%대에서 많게는 23%대로 보험료가 올랐으나, 인상률이 무색할 정도로 보험금 지급액이 불어나면서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실은 작년 상반기보다 17.9% 커진 1조412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해보험 점유율이 8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상반기 전체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손해율은 132.4%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까지 포함한 영업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영업손해율은 120∼123% 수준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 100만원을 받아서 보험금 지급에만 120만원 이상 지급했단 얘기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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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추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실은 2조5000억원 수준.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연말 금융당국과 협의해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해율이 큰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도입하면서,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감당하는 손해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청사진을 발표할 당시 환자들은 물론 보험사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면서,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실손보험의 손실 규모는 빠르게 불어났다. 의료비가 저렴해지자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늘어나고, 이를 악용한 과잉진료 사례가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시행 초기인 2018년 1조1862억원에 불과했던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2019년 2조3546억원, 2020년 2조3695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재인 케어가 의료시장에 도입된 이후 실손보험 적자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실손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정부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 책정 시 관련 사안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며 "되레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업계에서는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과잉진료' 문제까지…이용자 보험료 줄줄 새나간다

올해 문재인 케어 부작용의 일례로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백내장 수술 검사비가 급여화됐는데, 일부 의료기관이 진료비 일부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유인하고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를 인상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다. 실제로 실손보험의 청구 건에서 200만원대에 머물던 다초점 렌즈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300만원 후반으로 크게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보험연구원
사진=보험연구원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 사례가 증가하면서 실손보험금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작년 동기 대비 58.2% 급증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백내장 치료의 고가 검사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전환해 건보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관련 실손보험 지출이 많이 늘어나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처음으로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보험사 반사이익 주장은 비급여 항목의 수가와 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이론적인 측면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부른 '풍선효과'가 보험사 수익성 악화와 이용자 부담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이란 점도 분명히 짚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오르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부의 반사이익 주장이 이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나, 비급여의 수가 또는 양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가 비급여 관리 체계를 병행하지 못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을 증가시키고 결국 이용자 부담을 증폭시키는 풍선효과를 유발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건강보험 보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는 이용자 부담을 완화할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매년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르는 핵심 요인으로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 이용이 지적돼 왔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한 비급여 진료 관리 등의 체계 개선은 미진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연계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공사보험연계법)' 국회 통과가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사안이다.

정 실장은 "결국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선 비급여 진료 관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케어로 단순 급여화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의료업계의 준수를 권고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사보험연계법이 통과될 경우 비급여 실태 조사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만큼, 이를 토대로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제재안, 관리 체계 등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