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를 방문해 올레드(OLED) TV 연구 현황을 듣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연구소를 방문해 올레드(OLED) TV 연구 현황을 듣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영 화두로 고객 가치를 다시 꺼내들었다. 2018년 6월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해온 고객 가치 경영을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매출이나 이익 등 숫자로 표시되는 재무적 지표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1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30여 명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함께 내년 경영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로 연 ‘사장단 워크숍’에서 “사업의 목적과 지향점부터 고객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고객 가치를 재차 언급한 것은 코로나19로 내년 경영 환경이 더욱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런 때일수록 ‘고객 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레벨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재무적인 수치에 매몰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용과 리스크를 따지다 보면 고객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오히려 이 같은 혁신 역량은 고객 가치 창출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적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며 “매출과 시장 점유율 등 외형적 성과는 이런 노력 뒤에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장단은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고 기업들도 비용 구조 악화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과 경영 전반의 혁신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리더로서 경영의 방향타를 다시 한 번 제시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 소비로 특수를 누렸지만 이 같은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만큼 이에 대비한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LG 사장단은 혁신 역량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AI),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 등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LG 최고경영진은 이날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충)’ 개선활동 성과도 공유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은 기존 고객센터 중심의 고객 페인 포인트 수집 채널을 온라인, SNS, 고객 커뮤니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B2B(기업 간) 영역에서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청취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