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투어, 여유롭지만 대충 못 해…두 경기 후 바로 재정비했죠"
"한국의 긍지·자부심으로 여기까지…챔피언스투어 2승도 곧 올 것"
최경주 "챔피언스투어 우승, 19년전 PGA 첫 승과 똑같은 감동"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한국 남자 골프의 역사를 써 온 데 이어 시니어 무대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최경주(51)가 한국인의 자부심과 긍지로 여기까지 왔다며, 더 많은 것을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최경주는 30일 경기도 여주의 페럼클럽(파72·7천217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2002년 PGA 투어 첫 우승과 이번 챔피언스투어 첫 우승 때 똑같이 긴장하고 똑같이 감동했다"고 여전한 기쁨을 표현했다.

최경주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경쟁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우승 기록이다.

1999년 11월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미국에 진출,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PGA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정규 투어 8승을 수확한 최경주는 '왕년의 스타'들이 경쟁하는 무대에도 한국인의 첫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해부터 챔피언스투어에서 뛴 최경주는 20일 끝난 샌퍼드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바로 다음 대회에선 우승까지 일궈냈다.

최경주 "챔피언스투어 우승, 19년전 PGA 첫 승과 똑같은 감동"
최경주가 '천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전수전 겪은 노장들이 모인 챔피언스투어엔 정규 투어와는 조금은 다른 여유와 정감이 느껴지지만, 승부는 정규 투어와 다름없이 치열하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는 경쟁자들의 모습에 최경주는 초반엔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라고 해서 '탱자탱자' 놀고먹듯 하는 게 전혀 아니더라. 두 경기 정도 해보니 이기려면 진짜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재정비에 들어가 현재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최근 고질적인 근육통이 회복되고 스윙의 턴 등이 많이 좋아졌다.

체중도 올라와서 전성기에 4㎏쯤 부족한 정도인데, 라운드가 거듭되어도 에너지가 뒤처지지 않게 됐다"며 말했다.

경기력에선 "최근에 퍼트와 아이언 게임에 많이 집중했다.

퍼트가 한 달 사이 많이 좋아졌다"며 "지난 대회 연장전 준우승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처음 PGA 투어에 뛰어들 때도 그랬지만, 챔피언스투어에서도 최경주는 한국과 아시아 선수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 자부심이 '탱크'를 움직이는 힘이다.

최경주 "챔피언스투어 우승, 19년전 PGA 첫 승과 똑같은 감동"
최경주는 "여태껏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해왔다.

여기서도 '온리 원 코리안'이고, 통차이 자이디(태국)가 월요 예선을 통과해 출전하지 않고선 동양인도 저 혼자다"라며 "대표하는 선수로서 본분이 있고 소홀히 할 수 없어서 마음을 다잡고 해왔다"고 힘줘 말했다.

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재단의 꿈나무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저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마음 덕분에 힘이 난다"면서 "제가 잘함으로써 남을 돕고 뭔가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힘든 것도 극복해왔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PGA 정규 투어 대회도 기회가 되면 계속 출전하겠지만, 챔피언스투어에 집중할 계획인 최경주는 '2승'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0년 동안 챔피언스투어를 열심히 하면서 매년 1승씩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일단 첫 승을 올렸다.

더 몸을 잘 만들어서 잘 생활하면서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2승도 곧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이번에 돌아가면 6개 대회 정도 남았는데, 좋아하는 코스가 두 군데 있어서 기대감이 있다.

최근 좋아진 퍼트 등을 계속 다듬으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좋은 경기로 다시 만나 뵙겠다"며 미소 지었다.

최경주 "챔피언스투어 우승, 19년전 PGA 첫 승과 똑같은 감동"
최경주는 비슷한 연배에 해줄 응원의 말이 있느냐는 질문엔 '긍정'과 '건강'을 강조했다.

그는 "몸이라는 게 쉽지 않더라. 무슨 일이든 '긍정의 힘'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더 큰 영광을 위해 지금 힘들 수 있으니, 인내하기 위해 건강도 잘 챙기고 운동도 조금씩 하시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승 직후 한국으로 날아와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에 2년 만에 출전한 최경주는 귀국 이틀 만에 실전에 나선 탓인지 이날은 최근의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3오버파 75타를 쳐 100위권 밖에 자리했다.

최경주는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고생한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꼈는데, 오늘 특히 그랬다.

퍼트도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며 "경기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내일은 좀 더 몸이 올라올 거라고 보고, 점차 회복해 기대 이상으로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