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나 할인된다고 해서 주문하려 했는데, 접속 장애 공지만 뜨고 사이트에 들어가지지도 않더라고요. 주문에 성공한 사람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일 피자알볼로 할인 행사 참여자 A씨)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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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외식업계가 마케팅 수단으로 가상자산 결제서비스·웹예능 등과 손잡고 할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지만 막상 주문이 몰리면 서버 마비 등으로 이용이 어렵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피자알볼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가상자산(암호화폐) 페이코인으로 결제시 피자를 8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페이코인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 주문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간편 결제 서비스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해 약 200만 명의 앱 사용자와 국내 7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알볼로는 "소비자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페이코인과 제휴를 맺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이벤트 기간 서버가 먹통이 돼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이틀 연속 할인 행사에 참여한 김모 씨(29)는 "피자알볼로는 물론이고 페이코인도 안 쓸 예정"이라며 "이벤트에 참여하겠다고 몇 시간 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시간만 아깝다"고 했다.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지는 마케팅 같다"고도 했다.
[사진=피자알볼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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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소비자는 "결제는 진행됐는데 피자는 안 오더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황모 씨(31)는 "페이코인에서는 분명 결제가 된 걸로 뜨고 코인도 출금됐는데 주문시킨 매장 점포에 전화하면 '들어온 주문이 없다'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피자알볼로 측은 "행사 첫날 접속자 수가 전주 주말 대비 20배 이상 증가하며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주문을 하지 못한 소비자를 위해 행사 기간을 9월2일까지로 하루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이튿날에도 여전히 오류가 발생했지만 셋째 날에는 오류 상황 없이 잘 마무리됐다"며 "결제가 진행됐으나 주문이 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결제 취소 절차를 진행했다. 소비자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할인 행사로 온라인 주문이 몰리며 서비스 품질 저하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 불만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비비큐는 웹예능 '네고왕' 프로모션을 통해 비비큐 어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하는 회원에게 황금올리브치킨과 치즈볼 세트를 7000원 할인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네고왕 유튜브 캡처]
[사진=네고왕 유튜브 캡처]
당시 비비큐 앱에는 예상보다 5배 이상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속도 저하와 주문 오류가 발생했다.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비비큐는 서버를 증설했으나 급증한 트래픽에 재차 속도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초 네고왕 이벤트를 진행한 '두찜(두마리찜닭)' 역시 주문 폭주로 서버가 다운돼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당시 기영에프앤비가 운영하는 찜닭 전문점 두찜은 2월27일부터 2222명을 대상으로 선착순 결제 시 7200원을 할인해주고 치즈볼 4개를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때도 서버가 다운되며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정적 경험이 오히려 마케팅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은 가격이 조금만 저렴해져도 소비자들이 상표 전환을 쉽게 하는 제품 중 하나다. 때문에 외식업계가 할인 이벤트를 자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버 다운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이 장기적으로는 업체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이런 마케팅을 할 때는 소비자가 얼마나 몰릴지, 몰리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