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로펌) 태평양은 최근 중국 베이징사무소를 차오양취 핑안국제금융센터로 이전하면서 회의실 등 업무공간을 대폭 넓혔다. 다른 나라에서 일상적 시기에 이뤄진 이사였다면 사소한 일로 여겨졌겠지만 코로나19 시국에 한동안 국내 로펌들의 ‘무덤’으로 통했던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로펌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국내 로펌은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활발했던 2000년대 중후반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성과가 좋지 않았다. 중국에서 국내 로펌이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제한적이고, 기업들도 중국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에는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를 생산 기지로 삼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면서 로펌의 관심 지역도 동남아로 바뀌었다.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은 베트남,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중국사무소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는 게 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국내 기업이 현지 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면서 현지에서의 법률 수요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은 2018년 이후 LG디스플레이, 포스코, 스마일게이트 등의 합자회사 설립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베이징사무소를 확장한 것은 앞으로 일감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동이 활발해질 것을 미리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세종이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세종은 SK네트웍스, KT,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맡았다. 원중재 세종 중국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1~2년 새 합자사업 업무량이 점점 늘었고, 지금은 주력 업무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는 반도체 소재, 수소 관련 사업, 바이오 등의 영역에서 M&A·합자사업 업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들이 어려운 와중에도 중국 시장 공략을 이어가는 것은 “국내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화우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사무소가 없지만,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조만간 현지 사무소를 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안효주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