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을 놓고 하림그룹과 서울시가 벌인 갈등과 관련해 지난 18일 감사원이 하림그룹의 손을 들어준 영향으로,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19일 오전 9시17분 현재 엔에스쇼핑은 전일 대비 2350원(17.60%) 오른 1만5700원에, 하림은 365원(12.03%) 상승한 3400원에, 하림지주는 890원(9.07%) 뛴 1만7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하림그룹의 양재물류단지 개발에 청신호가 들어온 영향으로 보인다.감사원은 전일 “서울시가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관련 업무를 추진하면서 구속력 없는 내부 방침을 업체에 요구하거나 합리적 사유 없이 정책 방향을 변경해 인허가를 지연시켰다”며 서울시에 대해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서울시와 하림산업은 수년째 양재동 부지 개발을 놓고 갈등을 이어왔ㅎ다. 서울시는 이 일대가 연구·개발(R&D) 거점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용적률과 건물 높이를 제한하려 했지만, 하림그룹은 용적률과 건물 층수 허용치를 높여달라는 입장이었다. 이 부지는 하림산업이 2015년 5월 사들였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서울 양재동에는 한국트럭터미널로 사용되던 9만4949㎡ 넓이의 공터가 있다. 경부고속도로(양재나들목)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인접한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이 부지가 수도권 물류 유통 거점인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하림그룹 부동산사업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지난달 말 서울시에 이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전국 대도시 권역의 낙후된 물류시설을 현대화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을 발표한 지 6년 만이다. 전국 대도시 여섯 곳에 첨단물류단지를 설치해 물류 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서울시가 정부의 관련법 개정에 맞춰 지난 7월 물류단지 지정 조례를 발표하면서 땅 소유주인 하림산업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하림산업은 지하에 화물 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유통물류 시설을 두고 지상에는 업무시설, 컨벤션, 공연장, 판매·숙박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을 동원해 포장지와 쓰레기, 재고를 대폭 줄인 물류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밝혔다. 택배 포장 없이도 원 제품을 손상 없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은 “새 물류단지는 과다포장, 복잡한 물류체계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환경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될 것”이라며 “비대면 소비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물류 능력을 키워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하림은 수도권 물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이 땅을 4525억원에 사들였다. 땅 소유주이던 개발업체 파이시티가 파산하면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부지였다. 교통 여건이 좋아 수도권 소비자에게 두 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어 최적의 물류 거점이라고 판단했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하림은 양재동 부지가 물류거점으로 개발되면 식품 유통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홈쇼핑주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정체된 산업으로 분류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업종에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현대홈쇼핑은 5일 0.33%(200원) 내린 6만8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40% 오르며 2300선을 돌파했지만 상승 반열에 끼지 못했다. 현대홈쇼핑은 코로나 폭락장(3월 19일 4만5250원) 이후 34.36% 반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폭(58.60%)에 크게 못 미친다. 연초와 비교하면 24.47%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이 늘었지만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한 셈이다. 주가가 부진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1월 19만3500원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던 현대홈쇼핑 주가는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다.GS홈쇼핑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 들어 25.50%나 주가가 빠졌다. GS홈쇼핑 주가도 2014년 초가 고점(31만2000원)이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후발주자인 엔에스쇼핑이 연초 대비 33.86% 상승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상장 직후 주가 2만6900원에 비해선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상태다.홈쇼핑업체들의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GS홈쇼핑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 대비 7% 증가한 350억원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163.54% 급등한 엔에스쇼핑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쿠팡 등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홈쇼핑업체들의 성장성이 과거에 비해 둔화되고, 매출이 수년째 정체를 보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지만 성장성이 낮아진 점이 주가가 계속 지지부진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홈쇼핑산업은 시장에서 기대가 사라진 쇠퇴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소폭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주가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관측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