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우 때 가슴 아래까지 차올라, 25일 폭우 때는 도로가 강으로
주민들 "차수판 설치 요구에 구청은 순서 타령, 의회는 여야 싸움만"
[르포] "비만 내렸다 하면 물바다" 부산 남구 저지대 상인들 눈물
기후변화로 최근 몇 년 사이 집중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부산의 한 부둣가 저지대가 매년 물에 잠겨 상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반복되는 재난에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도 설치해 달라고 지자체에 호소했지만 피해는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26일 오전 부산 남구청사에 우암동 부둣가 저지대 마을 상인들 10여 명이 몰려가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의 상가는 남구 8부두 앞 우암로 바로 옆에 있다.

왕복 6차로라는 대로를 끼고 있는 곳이지만 이곳은 어쩐 영문이지 최근 몇 년 사이 비만 오면 침수피해가 일어난다.

지난해에는 가슴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고, 25일 호우경보가 내리며 부산에 시간당 6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순식간에 허벅지 아래까지 잠겨버렸다.

남구청 관계자는 "도로가 낮고 컨테이너 부두를 급조하면서 구조적으로 배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물빠짐이 원활하지 않다"면서 "집중호우가 잦아진 데다 고지대에 재개발이 되면서 물이 흘러내리는 속도가 빨라 저지대 도로가 순식간에 잠긴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전날 집중호우에 6차선 도로가 강으로 변했다.

[르포] "비만 내렸다 하면 물바다" 부산 남구 저지대 상인들 눈물
인도 턱을 넘어 물이 가게로 들어와 어디가 문턱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6차선 도로에는 시민들이 종아리까지 물에 잠긴 채 우산을 쓰고 걷고 있고, 버스도 바퀴의 3분의 2가 잠겼다.

피해를 본 꽃집 주인은 "손님이 계신 데 순식간에 가게 안에 물이 들어차면서 손님이 겁을 먹을 정도였다"면서 "미리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아 놓지만, 물이 찬 도로에 대형 컨테이너와 버스가 왔다 갔다 하면서 큰 파도가 만들어져 모래주머니가 둥둥 떠다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꽃집 인근 만둣가게는 피해가 심해 아예 문을 열지 못했다.

만두를 찌는데 필요한 보일러를 포함해 냉장고와 에어컨이 모두 고장 났다.

인근 무인 커피숍도 냉장고가 고장 나는 등 일대 상가의 집기류 파손이 잇따랐다.

상인들은 차수판만 설치돼 있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설치 순서가 쉽게 돌아오지 않고 비용부담과 관련된 조례도 여야 구의회 이견으로 처리 되지 않았다.

[르포] "비만 내렸다 하면 물바다" 부산 남구 저지대 상인들 눈물
만둣가게 주인은 "지난해에도 피해보상이 100만원 정도 나왔는데 피해보상 기준이나 금액이 불합리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향후 발생할 피해보상액 대신 차수판 설치를 빨리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해할 수 없는 정치 놀음과 소극적 행정에 피해를 보는 건 상인들뿐"이라고 한탄했다.

남구는 해당 지역 피해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대책이 실행되기는 어려워 올해 더 남아있을지 모르는 집중호우나 태풍에 상인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