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한중 수교 29주년 맞아 '극중지계'(克中之計) 출간
"국내 중국 지식 파편화돼…한국적 시각으로 중국 연구해야"
"중국과 충돌 피할 방법은 '자강론'…힘 키워 공존해야"
"한국과 중국 국력의 비대칭성이 너무 커졌습니다.

중국이 위협적 존재가 되면서 충돌하거나 우리나라가 중국에 예속될 가능성이 생겼어요.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공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강론이 필요합니다.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23일 중구의 한 식당에서 '극중지계'(克中之計) 출간 간담회를 열어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전략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우는 '자강'(自彊)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이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면 그로 인한 기회비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공존을 모색해야 하고, 그러려면 경제력·국방력·외교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시아를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니어재단이 출판사 김영사를 통해 펴낸 극중지계의 부제는 '한국의 거대 중국 극복하기'다.

한중 수교 29주년을 맞아 나온 책은 정치·외교·안보를 다룬 1권과 경제 문제를 분석한 2권으로 구성됐다.

10년 전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을 쓴 정 이사장은 극중지계를 준비하면서 중국은 무엇인가, 중국은 왜 그럴까, 중국은 누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살아갈까 등 다양한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한중 수교 이후 한 세대가 흐르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었고, 중국도 한국을 눈엣가시로 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교 초기에는 한중 간 발전 격차가 컸고, 중국 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지금보다는 넓었다"며 "공산당 집단지도 체제에서 민권이 신장하고 민주라는 개념이 배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 중국은 한국을 배우려 했고 산업도 보완적 관계였지만, 현재는 중국이 한국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변화는 단순한 변심이 아니라 이제껏 감춰온 본심의 발로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중국은 넓은 영토에서 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변국을 복속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시진핑 시대가 되면서 표면화했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최근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졌지만, 정치권이나 지식사회는 중국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중국 연구가들을 육성하지 않고 각자도생하도록 두면서 중국에 관한 지식이 파편화했다"며 "미국이나 중국 중심이 아닌 한국적 시각으로 중국을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니어재단은 이러한 견해를 토대로 중국에 대응할 여덟 가지 계책인 '극중팔계'(克中八計)를 책에서 제시했다.

극중팔계는 '중국에 대한 환상과 공포에서 벗어나 우리 가치와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을 확고히 지킨다', '중국의 실체를 깊고 철저하게 파악하고 국적 있는 중국 연구 체제를 갖춘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필수적인 국가가 되고, 다각적인 자강의 길을 찾는다' 등이다.

"중국과 충돌 피할 방법은 '자강론'…힘 키워 공존해야"
간담회에 동석한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중국에서 가치와 제도가 중요한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유가 사상이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가치나 제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제편을 집필한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는 "과거에는 '경제'라는 경기가 벌어지는 운동장에서 중국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이어 "미국과 중국은 운동 경기의 규칙 개정 문제를 두고 싸우려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대와 싸울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이번 책을 중국 연구의 마무리라는 생각으로 집필했다면서 "중국에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하며, 중국이 우리를 우군으로 인식하도록 이용 가치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