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의용소방대 2명이 전부…빠른 헬기 지원 등 요구
소방장비도 없는 서해 섬에 사흘 산불…주민들 "대책 절실"
소방 인프라가 부족한 서해 섬에서 사흘간 산불이 재발화하는 등 진화에 어려움이 빚어지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13일 낮 12시 59분께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문갑리의 하루산 깃대봉에서 처음 불이 나 4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상주인구 70명 남짓한 이 섬에는 주민인 의용소방대원 2명이 있을 뿐 소방 장비가 전무해 초기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인근 덕적도에서 의용소방대와 지역대원 등 20여명이 행정선을 타고 들어왔지만, 휴대용 소화기만으로 산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림청 헬기는 당일 오후 1시 40분께에야 이륙해 현장에 다소 늦게 도착했다.

통상 산림청은 현장 상황을 토대로 지상 진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헬기를 보내는데, 담수지가 없는 섬의 경우 인근 다른 지역에서 물을 급수해야 해 출동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장에는 소방 헬기도 투입됐지만 구조·구급용이어서 급수량이 산림청 헬기가 실을 수 있는 용량(3천∼3천500ℓ)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14∼15일에는 산에 남아 있던 불씨가 이틀 연속 다시 살아나면서 헬기 투입 전까지 소방대와 주민들이 초기 진화에 나서야 했다.

불은 임야 1천600㎡가량을 태우고서야 꺼졌다.

소방장비도 없는 서해 섬에 사흘 산불…주민들 "대책 절실"
주민들은 소방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섬 특성을 고려해 발 빠른 진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륙교가 없는 인천 섬 가운데 119안전센터가 있는 곳은 규모가 가장 큰 백령도 1곳뿐이다.

대연평·대청·자월도 등 6개 섬에는 소방대원이 있는 119 지역대가, 그보다 작은 소연평·소청·이작도 등 5개 섬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전담 의용소방대 93명이 각각 배치됐다.

그나마 전담 의용소방대까지는 산불을 끌 수 있는 다목적 진압차가 있지만, 더 작은 나머지 섬에는 극소수의 의용소방대원만 있을 뿐 장비는 없다.

의용소방대가 전혀 없는 섬도 5곳이다.

이들 소규모 섬에서 불이 날 경우 전담대가 있는 인근 섬에서 행정선을 타고 들어가 불을 꺼야 하는 구조다.

김진규(75) 문갑리 이장은 "넓은 산에서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끄는데 진화가 제대로 될 리가 있느냐"며 "(산림청에서) 사진으로 화재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해 의용소방대가 30분 걸려 산 정상까지 뛰어 올라갔는데 헬기도 늦게 와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이어 "60세 이상 노인이 대다수라 사람도 장비도 없는 섬 상황에 맞게 헬기 등 장비를 빨리 투입해달라"며 "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 섬 지역에 제대로 된 소방로를 만들어 소방대가 빠르게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섬 내 의용소방대 인력을 지속해서 늘리는 한편 화재 진압 장비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의용소방대용 방화복과 동력 소방펌프 등 198개 장비를 추가 구매하고 비상소화장치 5개를 확충한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섬은 지리적 특성상 육상 소방 인력 지원에 한계가 있어 신규 의용소방대원을 늘리고 있다"며 "소방항공대를 활용해 화재 진압 인력과 장비를 빠르게 지원하고 선박회사와도 협정을 맺어 행정선을 즉시 띄울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 관리를 주관하는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 투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장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상황실에서 출동 여부를 판단한다"며 "당시에도 최대한 빨리 이륙 준비를 마치고 헬기를 출동시켰으나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