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가 미국 메릴랜드주 초·중·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게 됐다. 향후 2년간 미국에서만 수천만 회분의 진단키트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만 작년 전체 수출물량의 150%에 해당하는 진단키트 물량(1800만 회분)을 해외에 공급했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 / 사진=김범준 기자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 / 사진=김범준 기자
랩지노믹스는 2002년 설립돼 201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체외진단 기업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분석, 액체생검, 산전 유전자 검사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회사 실적의 가장 큰 부분은 코로나19 진단사업에서 나온다. 지난해 매출액(1195억 원)의 73%(869억 원)가 코로나19 관련 제품·서비스에서 나왔다.

창업자인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는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나온 비(非)바이오 전공자다. 그의 형인 진창현 메디포스트 공동창업자를 따라 메디포스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며 바이오와 연을 맺었다. 이후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의 제안을 받아 독자 사업을 시작했다.

35분 내 검사 분자진단시약으로 미국·인도·중동 공략
랩지노믹스는 진단키트의 검사 속도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시약으로 유전자증폭(RT-PCR)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을 줄여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시간을 35분으로 단축했다. RT-PCR 방식은 검사시간이 보통 2시간 이상 걸린다.

이 방식으로 진단을 할 때는 보통 96개 검체 유전자를 한 번에 증폭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검사 시간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건 같은 시간에 이 장비로 소화할 수 있는 검체의 양이 4배 늘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진단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선 이 회사 제품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회사가 지난 2분기에 판매한 진단키트 물량만 1370만 회분. 2분기 물량만으로도 지난해 수출물량인 1200만 회분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268억 원→316억 원→340억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주력 시장은 지난 1분기 매출의 50% 이상이 나온 인도와 중동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독일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인도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약 700만 회분 진단키트 물량의 추가 발주를 확보했다.

랩지노믹스는 올 3분기까진 실적이 우상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추이에 민감한 시장인 만큼 4분기 실적을 전망하긴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8월 초 미국 메릴랜드주 초·중·고교에서 쓰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을 담당하는 미국 사이언다이애그노스틱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에서도 새 수익원을 확보했다.

진 대표는 진단키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서도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던 비결을 ‘안전성’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인도와 UAE에선 대량 검사가 일상화됐는데 이러한 환경에선 제품의 성능보다 동일한 검사 결과를 계속 낼 수 있는 제품 안전성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까지 해외에서 단 한 개 제품도 불량이나 이상반응으로 인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독감 동시진단용 신속 항원진단키트 개발
후속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이다. 신속항원진단방식으로 올겨울 출시할 계획이다. 확진자 수 폭증으로 확진자 선별을 위한 빠른 진단이 중요해진 상황에선 15분 내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의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6월 면역진단 전문기업인 켈스의 지분 약 10%를 취득한 것도 신속항원진단키트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판단에서였다.

이미 지난겨울 상당수 진단기업들이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준이 강화되면서 코로나19를 제외한 다른 호흡기 질환에 대한 진단 수요가 크지 않았다. 업계에선 올 4분기엔 백신 공급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독감이 유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검사 결과 전송 방식을 신속항원진단키트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현재로선 자가진단 제품을 사용해 양성임을 알게 되더라도 보건당국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방역 시스템이 고도화돼 자가검사 데이터를 보건당국이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경우를 대비하겠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분자진단 분야에선 핵산추출용 시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DTC 유전자 분석, 액체생검 사업과 함께 백신으로 먹거리 창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에 기반한 유전자분석 사업에선 DTC 서비스의 사업 확장이 한창이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2개월 새 쥬비스, 휴온스, 미국 시크릿다이렉트 등 3개사와 유전자 검사 서비스 협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지난 7월 TV홈쇼핑을 통한 DTC 서비스 판매도 시작했다.

진 대표는 “검사 항목이 늘어나고 유전자 검사가 대중화되면 대기업도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며 “B2B로 DTC 서비스를 공급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영양관리 관련 유전자 검사 사업을 특화하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장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검사법인 액체생검 분야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핏펫과 함께 액체생검을 적용해 반려동물 종양 바이오마커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핏펫은 랩지노믹스의 기술을 적용해 혈액 속 순환종양세포(CTC)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뒤 반려동물의 암종별 유전자 변이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반려동물용 암 진단키트와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포석이다.

랩지노믹스는 동반진단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3월 동반진단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에이비온에 2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랩지노믹스는 이미 환자별로 사용 가능한 항암제가 무엇인지를 찾아주는 NGS 기반 암 진단 서비스 ‘캔서스캔’을 공급 중이다.

체외진단 사업과 유전자 분석 사업의 뒤를 이을 먹거리도 물색해놨다. 랩지노믹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북대와 함께 다양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다(多)가 백신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소 3개 항원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백신으로 변이 대응력을 높여 1가 백신 위주인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망기업] 신속성·안전성 겸비한 진단키트로 시장 신뢰 구축, 랩지노믹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