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모두 자기가 엔딩인 줄 알거예요. 촬영할 때에도 다 따로 찍고, 대본도 조각조각 나눠서 주셨거든요."

충격과 반전의 연속인 엔딩이었다.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혹작사 이혼작곡' 시즌2(이하 '결사곡2')는 "역대급 결말"이라는 평을 들으며 막을 내렸다. 극중 사피영 역을 맡았던 배우 박주미는 놀라운 엔딩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항공사 광고의 단아한 미소로 수년간 사랑받았던 박주미는 사피영을 '눈물의 여왕'으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사피영은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를 겪고 완벽한 가정을 꿈꾸었던 인물. 다정한 남편 신유신(이태곤)과 친절한 시어머니(김보연)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자신 역시 일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신유신의 외도, 시어머니와 신유신의 기묘했던 관계를 알게 된 후 분노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결사곡2' 12회는 사피영과 신유신만 등장하는 파격적인 전개로 진행됐다. 박주미는 "엄청난 대사량을 암기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내내 대본을 들고 다녔다"며 "정말 부담감이 컸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재밌었다"며 신난 표정을 지었다. 1992년 MBC 공채 탤런드 21기로 데뷔해 올해로 30년 차 경력을 자랑했지만 새로운 연기에 갈증을 보이던 박주미였다.

"'결사곡2' 감정의 소용돌이, 아직도 끝난 거 같지 않아"

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결사곡2' 촬영은 7월 초에 끝났다.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박주미는 "아직도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는걸 보면서 아직 다 내려놓지 못한 거 같다"면서 "끝나도 끝난 거 같지 않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언제 끝나지 했는데, 결국 끝이 오더라고요. 끝에 다다르면서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았어요. 현장 분위기도 별탈 없이 잘 마무리가 됐고, 팀들의 호흡도 좋았죠. 가족같았어요. 그래서 더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극중 남편 신유신의 바람에 "최악이었다"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박주미는 "피영에게는 첫사랑이고, 완벽한 가정을 위해 맞춤형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용기 내 먼저 다가갔던 사람이 유신"이라며 "진정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 같았고, 그래서 더 감정이 와닿았다"고 당시 느낀 분노의 감정을 전했다.

극 중 대사량도 상당했지만 "그런 대본을 받는 게 스트레스보다는 감사하고 즐거웠고, 재밌었다"면서 "감정 표현하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고.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캐릭터였어요. 엄마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도 다 다 달랐죠. 시즌1과 시즌2에서도 다르고요. 섬세함을 요구했고, 그런 감정을 컨트롤해서 쌓아가는데 공을 들이며 최선을 다했어요."

"12회 2인 토론, 대사 숙지하고 또 했죠"

매 회 사피영의 대사량은 엄청났지만, 특히 12회에서는 다른 인물들의 등장 없이 사피영과 신유신의 '불륜대담'으로 1시간을 채웠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 이혼을 요구하는 사피영과 "한 번의 실수이니 네가 이해해야 한다"며 "이혼은 절대 못한다"는 신유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1시간을 '순삭' 시켰다.

박주미는 "예전엔 암기력이 좋다 생각했는데 이젠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과거엔 1번 2번만 봐도 외워졌는데 이젠 10번, 20번을 봐야 한다"면서 2인 토론을 준비했던 과정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본 거랑 한번 본 거랑 다르고, 완벽하게 숙지하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화장실에 가고, 밥 먹고, 어떤 순간에도 대본을 생각했다"면서 얼마나 노력해서 완성된 회차였는지 소개했다.

"스탠바이 하는 기간에도 12회 대본을 계속 외웠어요. 이 장소가 아닌 어떤 곳에서도 다 완벽하게 하려고 했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더 대본을 숙지할 수밖에 없었죠."

막상 촬영을 시작했을 땐 "바람피운 남편의 변명을 듣는 게 힘들었다"고 밝혀 폭소케 했다.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나도 너한테 최선을 다해서 숨 쉴 틈이 필요했다'는 말을 할 땐 어이가 없었어요. 원래 제 리액션을 따는 순간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제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찍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에서도 와닿는 내용이 많았죠. 특히 '내 몸 갖고 내 맘대로 했다'는 말은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실제로도 '워킹맘' 박주미, 싱크로율 어떨까

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배우 박주미/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박주미 역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다. 결혼 전부터 아이를 출산한 후 연기자로 다시 복귀했다. 또래 연기자 중 결혼 후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여럿이지만 박주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것.

'결사 곡' 시리즈는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여성들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주미는 극 중 설정 때문에 "실제의 너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면서 "저 역시 촬영을 할 땐 '정말 남자들은 저러냐'고 이태곤 배우에게 묻고, 촬영이 끝나면 매니저 동생에게 묻고, 저희 집 남자 셋(남편과 아들 둘)에게도 묻고 그랬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사피영이 되려 노력했는데, 다들 '저건 그냥 박주미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대본을 볼 때마다 '(임성한 작가가) 내 속에 들어갔나 가셨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다른 배우들도 똑같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까지 선생님과 인연은 없었는데 제가 예전에 했던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캐릭터에 저 배우가 하면 어울리겠다' 해서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자신과 닮은 사피영을 연기하면서 "연기의 즐거움을 느꼈다"던 박주미였다. 여기에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기록까지 세우면서 "더 행복했고,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게 된 감사한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 나이가 어린 나이가 아니잖아요. 인생 반백년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사랑받을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임성한 선생님은 저에게 은인 같아요. 이 기회를 주셔서, 저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발견해주셔서 감사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