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실체 없어" 수사 촉발 내부문건 허위·과장 결론
옵티머스 수사 1년여만에 종결…로비 의혹 규명 '무산'
수천명의 투자자들을 속여 1조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가 1년2개월 만에 종결됐다.

하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실상 막을 내려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온다.

◇ 1조6천억대 한국판 '폰지 사기'
옵티머스 사태가 처음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지난해 6월 옵티머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의 환매가 연달아 중단되면서다.

검찰은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 판매사들의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경영진을 출국금지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다.

옵티머스는 환매 중단 사태 발생 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삼는 안정적인 펀드라며 수천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펀드자금을 끌어모았다.

검찰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투자금 대부분을 부실 채권 인수나 상장기업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판매사 말만 믿고 투자한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옵티머스 일당의 범행을 전형적인 '폰지 사기'(나중에 투자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제공하는 투자사기)로 보고, 수사 개시 한 달여 만에 옵티머스 핵심 경영진 4명을 구속기소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이동열 특수목적법인(SPC)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윤석호 변호사는 각각 징역 8년과 수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옵티머스 수사 1년여만에 종결…로비 의혹 규명 '무산'
◇ 내부 문건서 점화된 정·관계 로비 의혹
옵티머스 경영진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옵티머스 수사는 지난해 10월 예기치 않게 흘러나온 회사 내부 문건으로 인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수사 중 확보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에는 '정부·여당 인사가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 있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고비에 처할 때마다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 확대 편성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검사 18명이 투입된 대규모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다.

문제의 문건은 김 대표가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경영진 내분에 따른 폭로전 과정에서 언론에 유출된 것이었다.

검찰은 펀드 사기를 숨기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들을 차례로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이어 검찰 수사 무마와 정·관계 로비 등의 의혹을 받은 옵티머스 고문단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으며, 최근 채동욱 전 총장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로비 의혹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옵티머스 수사 1년여만에 종결…로비 의혹 규명 '무산'
◇ '용두사미'로 끝난 로비 의혹 수사
8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개시 1년여 만에 옵티머스 일당 중 15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옵티머스 고문단에 대해선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채동욱 전 총장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정·관계 로비 의혹에 처음 불을 댕긴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자체가 김 대표가 금감원 검사를 방해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전혀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끌어온 로비 의혹 수사가 사실상 무위로 끝남에 따라 '용두사미'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도 있다.

문건에는 2018년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되자, 이헌재 전 총리가 채동욱 전 총장을 옵티머스 측에 소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듬해 서울남부지검은 옵티머스 경영진 중 1명과 성지건설 대표이사를 기소했으나 펀드 사기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

옵티머스에 투자했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 경영진을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으나 이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펀드 사기의 피해액이 1조원대 이상으로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구속기소 된 윤석호 이사의 배우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도 이름을 올려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