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 등을 조사해 온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지역발전사업자인 넥스지오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유발지진 감시가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넥스지오 컨소시엄에는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학은)는 29일 포항문화재단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3개월간 벌여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업무상 과실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을 촉발시키고, 그로 인해 포항시민들에게 상해를 입게 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학은 위원장은 “향후 엄정한 검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며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와 포항시민들께서 그간의 아픔을 이겨내고, 지진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017년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 제도적 미비점까지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유발지진 감시가 부족했다고 봤다. 지열발전사업자는 유체(액체와 기체)를 고압 상태에서 암반에 주입하면서 암반의 투수율을 증가시키는 '수리자극'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규모의 여러 유발지진을 제대로 관리,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발생된 유발지진에 따라 상황을 녹색, 황색, 적색으로 구분하고, 물 주입 압력과 유량을 조정하는 '신호등체계'도 사업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한편 이를 관계기관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측은 "2017년 4월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미소지진 정밀분석을 하지 않고 수리자극을 강행하는 등 (이후 더 큰 지진 발생의) 위험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포항시 등도 지열발전 사업에 의한 유발지진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진위험 관리를 부실하게 함으로써 지역발전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지열발전사업과 관련된 지진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미비해 사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포항지진진상규명위원회는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작년 4월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됐다. 이후 포항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진상조사 신청을 받는 등 총 51개 사건을 6개 쟁점, 25개 과제로 나눠 조사해왔다.

주로 지진 위험성 검토 및 평가가 충실히 시행됐느지, 유발지진 관련 안전관리방안이 제대로 수립·실행됐는지, 규모 3.1 지진이 발생한 이후 대응조치와 수리자극이 적절했는 지 등을 조사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