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6번째 부동산 대책은 국민을 향한 협박과 호소였다.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사지 말라고 하고 시장 교란행위는 엄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은 없이 집값 급등 이유를 국민의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탓으로 돌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관계 부처 수장들이 모여 부동산시장 전반에 대한 대책과 입장을 발표한 것은 ‘2·4대책’ 이후 5개월여 만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이 주택 공급 부족이란 지적이 많다”며 “하지만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8만3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인 7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편법 거래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여러 부동산 가격 지표가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은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 촘촘하게 점검·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담화문 발표 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는 정부가 치고 책임은 국민이 져야 한다는 뻔뻔함”이라며 “국민이 무리해 집을 사는 것은 시장을 망치고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정부가 미덥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읍소 수준이어서 주목할 내용은 없다”며 “짠한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노경목/이유정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