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대표 "실리콘밸리서 순두부 식당 운영…경영 ABC 거기서 배웠죠"
“구글을 박차고 나와 순두부식당을 운영하면서 실리콘밸리 생존법을 배웠죠.”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서빙용 로봇 개발업체 베어로보틱스 사무실에서 만난 하정우 대표(CEO·사진)는 2017년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식당 경영’을 꼽았다. 그는 미국 텍사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구글을 다니던 2016년 부업으로 실리콘밸리에 한식당 ‘강남순두부’를 열었다.

자기 사업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서 구글을 관뒀고 식당일을 하며 느낀 로봇의 필요성 때문에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하게 됐다. 하 대표는 “일손 부족으로 주방에서 일을 해보면서 ‘로봇이 도와주면 좋을 것’들을 고민하게 됐다”며 “로봇이 음식 서빙만 거들어줘도 직원들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의 ABC’도 식당에서 체득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종업원 채용과 해고를 통해 HR(인사관리)을 알게 됐고, 식재료와 납품처를 관리하면서 재고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음식 서빙은 기업의 세일즈로 연결됐고 회계, 세금, 자금관리까지 모든 게 자산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등으로부터 3200만달러(약 370억원)를 투자받았다. 로봇 ‘서비’의 자율주행, 센싱 능력이 인정받은 영향이 컸다. 하 대표는 “로봇의 안전성과 활동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게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됐다”며 “식당에서 꼭 필요한 성능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한 결과”라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3000대를 한국, 미국 등 5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 판매했다. 올해 목표는 1만 대로 대부분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월 1000달러를 받는 렌털 방식으로 매출을 올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에서 로봇을 위탁생산한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로봇 무관세와 한국의 제조 기술력,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결정적인 요소는 한국 협력사의 높은 기술 수준과 근로자들의 책임감”이라며 “로봇산업이 한국에서 더욱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조만간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요건에 대해선 ‘톱 클래스 수준의 팀(team)’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들의 메이저리그인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고 수준의 동업자와 직원들로 구성된 ‘원팀’을 꾸리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