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3개사가 올해 2분기에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비대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3개 기업의 순이익은 모두 합쳐 568억달러(약 65조6000억원)에 달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빅테크들에 눈부신 날”이라고 평가했다.
월가도 놀란 실적…美 '빅테크 삼총사' 66조원 벌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27일(현지시간) “올 2분기에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한 814억3400만달러를 올렸다. 월가 예상치인 733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93.2% 늘어난 217억4000만달러를 거뒀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의 두 배를 벌어들인 것이다. 주당순이익(EPS)은 1.3달러였다.

애플의 호실적은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인 아이폰12의 흥행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12는 올해까지 해를 넘겨서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2분기 매출 가운데 아이폰 판매액만 놓고 보면 총 39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또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애플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앱스토어, 클라우드 서비스, 애플 뮤직, 애플TV+ 등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서비스 분야 매출이 작년 2분기에 비해 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S도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 늘어난 16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도 21% 뛴 461억5000만달러를 찍어 월가 전망치(442억4000만달러)를 웃돌았다. EPS는 2.17달러였다. 특히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와 경쟁을 벌이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이 작년 2분기보다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3배가량 증가한 185억3000만달러를 거뒀다. 2분기 매출은 618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6% 늘었다. 광고 매출이 504억4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작년 2분기 대비 69% 급증한 규모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매출도 1년 전보다 83% 늘어난 70억달러로 집계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의 2분기 매출(73억4000만달러)과 맞먹는 수치다.

이들 빅테크는 향후 반도체 등의 공급망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변수로 꼽으면서 “회복에 이르는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가이던스에서도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해 3분기 실적이 2분기만큼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여파 수혜를 입어온 소독제·마스크 제조업체, 화물운송업체 등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이솔과 데톨 등 소독제를 제조하는 레킷벤키저의 미국 내 소독제 판매가 3월 이후 3분의 1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N95 마스크 제조업체인 3M은 올해 2분기 마스크 판매가 1분기보다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3M은 코로나19 이후 품귀 현상에 대응해 마스크 생산시설을 늘렸지만 수요가 정점을 지난 추세를 보이자 글로벌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업체인 UPS는 2분기 하루 운송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다고 했다. 특히 미국 내 운송 물량이 2.9% 줄었다. UPS의 분기 운송 물량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