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도의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1학년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SNS,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지난달 강원도의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1학년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SNS,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지난달 강원도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1학년생 A군이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A군은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유족은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A군의 부모라 밝힌 청원인은 "학교 측에서는 (아들의) 사망 직후 학교폭력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명백한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로 친구들은 저희 아이를 저격하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했고, 동시에 기숙학교 내 모든 학생들이 알도록 소문을 냈다.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기숙학교의 특성상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저희 아들은 소위 '은따'를 당하며 홀로 견뎌야 했다"고 한탄했다.

특히 청원인은 "사건 2주 전 아들이 자해를 시도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선배가 본인의 반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렸음에도, 해당 교사가 아들의 담임교사는 물론 부모인 내게도 그 사실을 전해주지 않았다. 또 사건 발생 하루 전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도 힘들었던 점을 털어놓았으나 담임교사의 부적절한 대처로 결국 일이 생겼다"며 교사의 방관을 질타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전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유족 측은 SNS를 통해 A군이 남긴 쪽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쪽지에는 '왜 너까지 (나를) 괜찮아진 것으로 보느냐", "하늘만 보면 눈물이 나서 올려다보지도 못하겠다", "너네랑 있으면 나 때문에 피해를 받을 것 같아서 눈치 보인다", "나 안 괜찮다. 도와달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A군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사안으로 신고,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조사에 나섰다.

한편, 양구경찰서는 따돌림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학생 4명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원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로 사건을 이송해 수사하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