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요즘 인도에 꽂혀 있다. 올해만 벌써 세 차례나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3월 인도 e스포츠 기업인 노드윈게이밍에 225억원을 투자했고, 6월에도 인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업체인 로코에 수십억원을 베팅했다. 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지분 인수를 발표한 인도 최대 웹소설 플랫폼 ‘프라틸리피’에는 4500만달러(약 515억원)를 쏟아부었다. 올 들어 크래프톤이 인도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한 돈만 7000만달러(약 802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이 해외 특정 지역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은 인도가 유일하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몰두하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구 14억 게임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또 다른 투자 확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크래프톤의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포함해 중국 스마트폰 앱 118개의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 정부는 보안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해외 유통을 중국 1위 게임사인 텐센트에 맡긴 게 빌미가 됐다. 잇따른 투자가 인도 정부에 보내는 일종의 ‘유화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다운로드의 20% 이상이 인도에서 발생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인도에 직접 유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도 지사를 설립했다. 인도 IT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인도에서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보는 분위기다. 회사는 2일 인도 소비자들을 겨냥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새로 내놨다.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이용자 수 3400만 명을 돌파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