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다니는 아빠, 엄마보다 육아휴직 더 썼네
3년 전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군대식 문화’가 강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오전 6시면 사무실마다 불이 켜졌고, 오전 8시엔 사무실 TV에서 아침체조 음악이 흘러나왔다. 흰색 셔츠 일색인 직원들은 상사의 점심 장소까지 결재판에 올렸다. 경직적 기업문화 탓에 육아휴직도 쉽지 않았다. 특히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현대차가 확 달라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여성을 넘어섰다. 13일 현대차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171명으로, 여성 육아휴직자(162명)보다 9명 많았다. 2018년 93명이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2년 만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남양연구소 직원 A씨는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달라진 것은 정의선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부터라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2019년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에 나섰다. 우선 직원 호칭 체계를 5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했다. 수평적인 소통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복장도 확 달라졌다. 흰색 셔츠와 넥타이 대신 티셔츠와 청바지가 대세가 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늘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상사의 눈치를 덜 보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남성 직원이 전체의 95%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은 것이 자연스럽다”며 “과도기가 지나면 더 많은 직원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