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글벗학교 재학생 50여명, 코로나19에도 공부 삼매경
60년 만에 다시 입학한 만학도들…초교 졸업장 위해 학구열
'평생 가고 싶었던 학교, 가난 때문에 못 배운 한…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진학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네'
인천에 사는 한명분(68)씨는 올해 성인 문해교육기관인 '인천 남동글벗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직접 느낀 배움의 기쁨을 시 한 편에 또박또박 담아냈다.

6남매 중 맏딸인 한씨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다가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일찍 장사를 나가시는 어머니 대신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이후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낳아 대학까지 보냈지만, 한씨의 마음 한편에는 늘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남동글벗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초등학력을 인정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60년 만에 다시 학교에 발을 내디뎠다.

한씨는 15일 "하나 배운 것을 복습하고, 새로운 내용을 예습하면서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뿌듯하다"며 "처음에는 '이응'을 적으려 동그라미를 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간단한 서류 작성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0년 만에 다시 입학한 만학도들…초교 졸업장 위해 학구열
또 다른 수강생 유종근(68)씨도 자작시에서 '이제 정말 학생이 된 것 같은 실감을 하며 활짝 웃는 우리 반 친구들, 장미보다 아름답다'고 배움의 행복을 나타냈다.

유씨는 학창 시절 당시 학비라고 할 수 있는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 집으로 되돌아가길 반복하다가 결국 국민학교 5학년까지 다니고 중퇴를 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어린 나이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며 바삐 살다가 이제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유씨는 "자식들을 불편함 없이 잘 키워냈지만, 그래도 항상 못 배웠다는 것에 대한 앙금이 있었다"면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 수업을 듣다 보니 이런 세월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즐겁다"고 했다.

현재 고급반(5∼6학년 과정)을 이수 중인 유씨와 중급반(3∼4학년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 한씨는 모두 남은 교육을 마친 후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까지 꿈꾸고 있다.

60년 만에 다시 입학한 만학도들…초교 졸업장 위해 학구열
인천시 남동구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남동글벗학교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 문해 교육부터 디지털 문맹 교육까지 폭넓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38명, 2018년 55명, 2019년 55명의 만학도가 이곳에서 문해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에는 문해교육 운영기관으로 지정돼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업이 중단돼 수료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다시 수업이 재개되면서 지금은 55세부터 83세까지 50여명의 만학도들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문해교육 수강생들은 입학 전 진단평가를 통해 초급·중급·고급반으로 나뉜다.

수강생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1주일에 3차례 총 240시간 동안 한글 교육 중심의 수업을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