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비틀쥬스', 유쾌하고 압도적인 긴장감…'마법 같은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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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비틀쥬스', 유쾌하고 압도적인 긴장감…'마법 같은 무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868627.1.jpg)
기괴하고 익살스러운 연기로 재미
비틀쥬스는 CJ ENM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고, CJ ENM이 제작했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인데, 다른 나라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최근 보기 힘든 대규모 뮤지컬의 초연인 만큼 개막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잇단 개막 연기는 오히려 기대치를 높였다. 본래 개막일은 지난달 19일이었는데, 무대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두 차례 연기됐다. 작품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공연은 영화와 동일하게 98억 년을 산 유령 비틀쥬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정성화와 유준상이 비틀쥬스 역을 맡았다. 비틀쥬스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나아가 ‘이승 영주권’을 얻어 인간이 되려고 한다. 정성화는 이 과정을 시종일관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로 펼쳐보였다. 자칫 분위기를 어색하게 할 수 있는 대사와 동작도 능숙하게 처리했다.
2막에서 정성화를 포함해 9명의 비틀쥬스가 한 무대에 갑자기 나타나 춤을 추는 장면도 매우 흥미로웠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찾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소녀 리디아 역의 홍나현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무대를 압도했다. 정성화와 홍나현 등 배우들은 수많은 대사를 쉼 없이 쏟아내며 실수 없이 매끄럽게 이어나갔다.
장면마다 다양한 의상과 콘셉트로 등장하는 앙상블은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아담·바바라 부부의 집에서 해골 앙상블로 등장하는가 하면 저승에선 하키 선수, 소방수, 머리가 쪼그라진 유령 등으로도 나온다. 변화무쌍한 앙상블 덕분에 만화 속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다양한 연출과 특수효과로 판타지 구현
다른 공연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다양한 기법이 적용된 무대 연출이다.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의 낡은 집 1층과 2층 다락방이 주요 배경인데, 이 공간은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이들이 벽에 네모를 그리면 저승으로 가는 문이 생기고 그 길이 나타나는 것도 신기하다.각양각색의 특수효과가 펼쳐져 마치 재밌는 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소품들이 무대 아래에서 튀어나오면 비틀쥬스는 이를 정확히 받아내고 대사를 이어간다. 비틀쥬스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불꽃도 여기저기서 튄다.
다만 1막에서 각 캐릭터와 상황을 직접 관객에게 설명하거나 이를 소개하는 장면을 군데군데 넣다 보니 느슨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의 길이를 짧게 조정한다면 느슨함이 줄고 긴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2막에선 리디아가 마음을 바꿔 아버지를 이해하고 이승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고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더 촘촘하게 연결된다면 좋을 것 같다. 공연은 다음달 7일까지 이어진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