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몬테시노스 전 정보수장, 옥중 통화 파일 유출
퇴역장교와의 통화에서 '후지모리 당선 위한 뇌물 제공' 제안
다시 등장한 '페루의 라스푸틴'…이번엔 딸 후지모리 당선 공작?
대통령 선거 이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페루에서 최근 잠시 잊혔던 인물 하나가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렸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집권)의 오른팔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 국가정보국 수장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76)다.

30일(현지시간) 페루 언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감 중인 몬테시노스가 최근 한 퇴역 장교와 통화한 내용이 유출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페르난도 올리베라 전 의원이 공개한 음성 파일엔 몬테시노스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우파 대선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선거 심판관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난 그냥 (후지모리를) 도우려는 것일 뿐"이라며 "내가 돕지 않으면 그들이 일을 망쳐서 그 여자애(게이코 후지모리)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페루에선 아직도 당선인이 가려지지 않은 혼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가 대선 3수생인 후지모리에 4만4천 표 차이로 근소하게 승리했으나 후지모리 측이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표의 무효화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4명의 심판관으로 구성된 국가선거심판원(JNE)이 후지모리의 주장을 검토 중인데, 몬테시노스는 심판관들이 후지모리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도록 뇌물을 주자고 말한 것이다.

다시 등장한 '페루의 라스푸틴'…이번엔 딸 후지모리 당선 공작?
페루 당국은 일단 해당 음성 파일이 위·변조되지 않은 원본임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몬테시노스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정권에서 각종 정보 공작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그를 외신은 '안데스의 라스푸틴'으로 칭했다.

러시아 로마노프 정권 때 막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권의 몰락을 앞당겼던 '요승' 라스푸틴처럼 몬테시노스가 저지른 수많은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후지모리 전 정권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지난 2000년 몬테시노스가 야당 의원에게 뇌물을 주고 매수하려던 영상은 이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의회에서 축출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당시 영상을 폭로한 것도 이번 녹음 파일을 유출한 올리베라 전 의원이었다.

몬테시노스는 영상 폭로 후 외국으로 도주하며 숨어다니다 2001년 체포됐고 마약 밀매와 무기 도입 리베이트, 공금 횡령 등을 통해 거액의 검은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2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한편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번 녹음 파일을 듣고 자신도 분개했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스티요의 지지자 등은 후지모리와 몬테시노스가 정당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후지모리에 우호적이었던 보수 성향의 페루 최대 일간지 엘코메르시오도 지난 27일 사설에서 "그만하면 됐다"며 후지모리 측의 선거 절차 지연 시도를 비판하는 등 후지모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