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차라리 감옥 가겠다"…50인 미만 주 52시간제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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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산단 르포
한숨쉬는 中企 사장
"52시간 지키려면 폐업 불가피"
직원은 생계 걱정
"근로시간 확 줄어 수당 반토막"
한숨쉬는 中企 사장
"52시간 지키려면 폐업 불가피"
직원은 생계 걱정
"근로시간 확 줄어 수당 반토막"

시화산단에서 만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주 52시간제에 대해 하나같이 “대응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만성적인 중소기업 구인난과 최저임금 및 원자재 가격 등 비용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까지 맞물리면서 준비할 겨를도 없이 주 52시간제의 사정권에 들어섰다는 하소연이다.
일부 근로자들은 술렁이는 눈치가 역력했다. 금속 열처리 업체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잔업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수당 감소분을 회사에서 보전해주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속가공업체의 중간관리급 직원은 “수주해도 일손이 없어 구멍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자신이 없어 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1980년대 후반 시흥·안산 일원에 조성된 시화산단은 입주 기업의 95% 이상이 직원 50인 미만 기업인 중소기업 위주 산업단지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제조업체 사장들의 얼굴엔 ‘자포자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력 충원 등 주 52시간제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못 했지만, 임직원의 ‘밥줄’인 공장 가동을 멈출 순 없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시화産團은 체념…"인력난에 신규채용 꿈도 못꿔"
"근로시간 단축하면 공장 멈춰…임직원 밥줄 포기하란 말이냐"
![[르포] "차라리 감옥 가겠다"…50인 미만 주 52시간제 첫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814425.1.jpg)
그나마 형편이 나은 업체들도 만성적인 인력난 탓에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입국 인원은 2437명으로 도입 계획의 6.4% 수준에 그쳤다. 부족한 내국인 인력을 대체해온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한 플라스틱 밴드 제조업체 사장은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2교대 체계가 3교대로 바뀌면 인력이 30% 더 필요한데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예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부터 전국 50인 미만 기업 51만5000여 개가 주 52시간제 적용 범위로 들어오면서 시화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업계 전반에 경영 애로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했던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장 매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시화산단 업체 중 20~30%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어 앞으로 업체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시화산단만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50인 미만 뿌리·조선업체 207개를 조사한 결과 44%는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업체는 55.3%로 절반을 웃돌았다.
서병문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기업은 인력난과 생산성 하락에 허덕이고 근로자는 임금이 줄어드는 등 중소 제조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대책 없이 밀어붙인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시화산단=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