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산학부 동문인 조경현(36) 뉴욕대 교수가 모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조 교수가 지난 1일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3억원) 중 일부다.
전산학부 학사과정 여학생 중 지원이 필요하거나 리더쉽을 발휘한 학생 중 매 학기 5명을 선발해 1인당 100만원씩 지원하게 된다.
조 교수는 장학금 이름을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따 '임미숙 장학금'으로 지정했다.
그는 "제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해 고등학교 교사가 됐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며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그로부터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학생은 전산학을 전공하고 여학생은 생물학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등 성 불균형과 고정관념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다양한 계층이 동등한 접근성과 형평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인공지능(AI) 분야 다양성과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장학금을 받는 여학생들이 제 어머니와 비슷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전과는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어머니 임미숙 씨는 "아들은 삼성호암상이 개인이 아닌 자기 연구 분야에 주어진 상이기 때문에 상금을 사회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며 "장학금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조경현 교수는 2009년 KAIST 전산학부를 졸업한 뒤 핀란드 알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부터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AI)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현재 시중에서 사용 중인 대다수 번역 엔진이 조 교수가 개발한 신경망 기계 번역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나머지 상금도 핀란드 알토 대학이 운영하는 여학생 지원 장학금(4천만원)과 백규고전학술상 신설(1억원)에 기부했다.
지난해 처음 제정된 삼성 인공지능(AI) 연구자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도 캐나다의 인공지능 연구 기관 '밀라'에서 활동하는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남아시아·동남아시아·한국 출신의 신임 연구원들을 위해 기부했다.
조 교수는 "전산학 분야에서부터라도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하게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며 "KAIST,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대표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