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 세 사람의 에세이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번역돼 독자들을 만난다.

캐나다 문학을 대표하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활동의 지평을 넓힌 알베르토 망겔, 일본의 인기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산문집이다.

문학과 독서에 대한 견해부터 주변 환경에 관한 미셀러니까지 주요 작가들의 평소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애트우드의 작품은 문학 에세이 '나는 왜 SF를 쓰는가'(민음사)이다.

부제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
20대 초반 데뷔해 80대인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애트우드가 한때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SF 작가'라는 정체성의 일단을 커밍아웃하는 책이다.

오랜 세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지만, 그에게 부커상과 같은 굵직한 문학상을 안긴 디스토피아 소설들을 이제는 SF로 규정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책에서 SF의 정의를 설명하고 SF가 어떻게 문화적 보편성과 전통성을 담보하는지 역설한다.

신화와 영웅담이 이야기의 원형이며, SF는 단순히 장르 문학으로서만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문학자로서 H.G 웰스, 가즈오 이시구로, 어슐러 K. 르 귄 등 SF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도 담았다.

책은 애트우드가 쓴 아주 짧은 SF 소설 다섯 편으로 마무리된다.

양미래 옮김.
애트우드·망겔·바나나의 문학 이야기와 신변잡기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현대문학)은 '지구상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독서가'로 불리는 그가 쓴 독서 에세이다.

그는 서점 직원으로 일하던 십 대 시절 손님 보르헤스가 시력이 나빠지자 책을 읽어준 소년으로 유명하다.

보르헤스가 역임했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훗날 망겔이 맡은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다.

그는 작가, 번역가, 편집자, 비평가로서 수십 권 책을 펴내고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은 '인간 도서관'답게 고전은 물론 민담과 신화, 동화와 코믹북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해설을 전해준다.

망겔이 선정한 37명의 캐릭터는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하다.

'슈퍼맨', '로빈슨 크루소'부터 구운몽의 '양소유', 서유기의 '사오정'까지 현재도 살아 숨 쉬는 소설 속 인간상들이 펼쳐진다.

김지현 옮김.
애트우드·망겔·바나나의 문학 이야기와 신변잡기
바나나의 에세이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민음사)는 그가 한때 살았고, 사랑했던 동네 시모키타자와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가득한 이 동네의 매력은 남편이 바쁜 가운데 마흔에 아이를 낳아 키우며 노쇠한 부모님까지 돌보느라 매일 정신 없었던 바나나에게 적당한 자유와 위로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는 이런 소중한 추억뿐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찾아내고 일상에서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방법을 시모키타자와에서 배웠다고 한다.

지친 마음을 치유했던 한 시대, 한 장소의 따뜻한 기록들을 바나나는 가까운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솔직하고 정겹게 이야기한다.

김난주 옮김.
애트우드·망겔·바나나의 문학 이야기와 신변잡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