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대 배재성·박상혁 교수 연구팀이 자체개발한 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KAU-SPUAV'가 제주도 알뜨르비행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항공대 제공
한국항공대 배재성·박상혁 교수 연구팀이 자체개발한 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KAU-SPUAV'가 제주도 알뜨르비행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항공대 제공
한국항공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태양광 무인항공기가 국내 최장 비행시간 기록을 수립했다.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배재성·박상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광 무인항공기 ‘KAU-SPUAV’가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에서 56시간 33분 동안 저고도 장기체공 비행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고고도 대형 태양광 무인항공기가 2020년 세운 국내 최장 비행시간인 53시간 6분을 넘어선 기록이다. 저고도 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로서는 세계 2위의 기록이라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현재 태양광 무인항공기 세계 최장시간 비행기록은 프랑스 에어버스가 인수한 영국 기업 Zephyr의 25일 23시간 57분(고고도 대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분야)이다. 저고도에서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Atlantik Solar 연구실이 81.5시간(저고도 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 분야)의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고고도 대형 태양광 무인항공기는 성층권에 해당하는 15~20㎞ 상공에서 비행할 수 있다. 날개 길이 20m 이상의 항공기를 말한다. 저고도 소형 태양광 무인항공기는 500m 이하의 상공에서 비행하며, 날개 길이는 5~6m 이하다.

모형 글라이더를 개조해 만든 날개 길이 4.16m, 무게 5.3㎏의 무인기인 KAU-SPUAV는 이번 비행에서 이륙 후 3일째 되는 날 착륙했다. 국내 최초로 저고도에서도 완전한 2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양광 무인항공기는 몸체가 가벼워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고, 커다란 날개 위에 붙인 태양전지판 덕분에 낮에는 햇빛을 받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는 충전된 전력으로 비행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는 기존의 무인항공기와 달리 장기체공이 가능하다. 재난감시, 산불감시, 해안감시, 공간정보수집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층권에서 체공하며 인공위성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9년부터 정부 및 외부 기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개발해왔다. 처음에는 1~2시간 비행에서 시작해 56시간 33분까지 차츰 비행시간을 늘렸다. 2019년부터는 직접 개발한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제주도 해안환경 감시에도 활용하고 있다.

배재성 교수는 “기체·비행제어 컴퓨터·비행소프트웨어 등을 직접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추락하는 사고도 여러 번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각오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80시간 이상 비행기록을 수립하고,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다양한 크기로 제작해 상용화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제주도청에 해안감시 및 농작물 작황감시를 위한 태양광 무인기 1대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