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송수경씨 기부로 조성…교내 길고양이 돌봄 계기
남산 길고양이 돌보기 4년…'캣맘 장학금' 만든 의사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동국대에는 다른 대학에선 찾아볼 수 없는 '캣맘 장학금'이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동국대 교내 장학금으로, 올해 1학기부터 시행돼 재학생 10명이 도움을 받았다.

장학금은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길고양이 돌봄으로 학교와 연을 맺은 송수경(51)씨의 기부금으로 조성됐다.

송씨는 지난해부터 동국대에 매년 2천만원을 기부해 교내에서 화제가 됐다.

송씨는 18일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것도 고양이 밥 주는 일 못지않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 장학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가 동국대 길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9년 4월께부터다.

4∼5년 전부터 남산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다가 캠퍼스 안에 있는 길고양이들 밥도 챙겨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국대 길고양이 동아리 '동냥꽁냥'과도 협력하고 있다.

남산 길고양이 돌보기 4년…'캣맘 장학금' 만든 의사
처음엔 개체 수 증가 우려로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송씨가 중성화(TNR) 수술까지 지원하자 다소 수그러들었다.

'동냥꽁냥' 회장 류승현(24)씨는 "수술 비용은 송 선생님이 내주고, 포획과 방사 등 일련의 과정은 동냥꽁냥이 맡는다"고 했다.

남산 일대와 동국대 안까지 송씨가 직접 돌보는 고양이는 40∼50마리에 이른다.

직업이 마취과 의사인 송씨는 월급의 절반 정도를 길고양이들에게 쓴다.

그는 길고양이 밥 주는 일을 놓고 "단순히 고양이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고양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게 너무 야만스러웠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동물을 학대하는 게 정말 미안한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양이들 밥 주는 일밖에 없었다"고 했다.

"10년, 20년 밥을 주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돈을 써가며 밥을 주냐'고 물어보게 될 테고, 그때가 되면 '동물이 죽을 땐 죽더라도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얘길 하고 싶었죠. 어릴 땐 동물권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지금이라도 알리다 보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