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물·커먼즈의 도전

▲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기획. 김신범 외 10인 지음.
노동자가 겪는 고통을 멈추기 위해 현장을 조사하고 고통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온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이윤근 소장과 김신범·윤간우 부소장 등 11명이 산업재해와 직업병 현장에 관해 기록했다.

책은 사회가 노동이 신성하다는 이야기는 하면서 노동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고용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고 고용된 사람에겐 권리가 있지만, 책임은 너무 가볍고 권리는 너무 멀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저자들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많이 죽고, 발암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건 차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노동자는 차별에 적응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려고 애쓰다가 병들고 다치는 등 고통을 받는다며, 노동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한다.

책은 노동자를 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근원적인 제도적 변화를 위해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강화, 노동자 참여권과 작업중지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포도밭. 276쪽. 1만6천 원.
[신간]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 바람과 물 = 강금실 외 22인 지음.
재단법인 여해와함께(옛 한국크리스챤아카데미) 부설기구인 '배곳 바람과 물'이 기후 위기와 생태 전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펴낸 대중 잡지다.

3개월마다 나오는 계간지로, 창간호인 이번 여름호부터 2024년 봄호까지 3년간 12호가 한정 발행된다.

창간호의 커버스토리는 '기후와 마음'이다.

잡지는 상업성보다 공익성을 추구하며, 정해진 기간 내에 집중적인 논의를 펼쳐 여론을 환기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5명의 편집위원 가운데 여성이 3명, 20대가 2명이며 미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 등 23명의 필자 중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건강과 보건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량생산 체제를 바꿔야 한다.

현재의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진 정책, 교육, 소비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잡지는 "대안 사회를 향한 생태적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연구자와 작가들, 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려는 생활자(수동적인 소비자를 대체한 능동적 개념)들,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려는 스타트업 기업가들,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선 활동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플랫폼을 자임한다"고 말한다.

여해와함께. 200쪽. 1만7천 원.
[신간]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 커먼즈의 도전 =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기획. 박배균 외 14인 지음.
한국에서 커먼즈(공동영역)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경의선공유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지리교육과 교수, 중학교 교사 등 15명이 이 대안적 도시 운동에 담긴 의미를 종합하고 기록했다.

책은 서울 공덕역 앞 1번 출구 옆 경의선공유지는 2015년부터 지난해 5월 초 철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예술가, 상인, 문화활동가, 빈민, 연구자 등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모여 벼룩시장, 문화공연, 세미나, 독서토론회 등을 통해 공간과 자원, 지식, 이익,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해왔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현실적으로 경의선공유지에서 커먼즈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토지의 사유화가 과연 옳은지, 도시 공간의 투기적 사유화에 대한 비판과 경종, 사유화 대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등 화두를 사회에 던졌기 때문에 실패보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훨씬 더 많았다고 덧붙인다.

빨간소금. 292쪽. 2만 원.
[신간]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