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고객님께서는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자금 특례보증 승인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어 대출 실행일 기간 안에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대출한도와 유의사항, 필요한 서류 등을 세세하게 안내하는 것은 물론 자동응답(ARS) 서비스 기능까지 갖췄다. 복잡한 금융 용어도 그럴싸하게 섞었다.

하지만 9일 한국경제신문이 기업은행에 확인한 결과 이 메시지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보낸 피싱 문자였다. 피싱 수법이 진화하면서 대다수 사람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메시지가 정교해진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문자로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 같은 문자가 최근 크게 늘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금감원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뿐 아니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을 사칭한 피싱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메시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 지원으로 무이자·무담보 등 좋은 조건에 대출이 가능하니 연락을 달라”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이 피싱 일당의 주요 ‘타깃’이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서울 지역번호인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 서비스로 연결된다. 자동응답기는 “번호를 남기려면 1번을 누르라”고 안내한다.

번호를 남기고 전화를 끊으면 얼마 뒤 사기범에게 연락이 돌아온다. 이때부터 ‘수상한 설득’이 시작된다. 싼 이자에 대출해주는 것을 빌미로 선입금을 요구하거나, 대출에 필요하니 특정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들이 설치를 권하는 앱은 은행 공식 앱과 동일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포함한 서류를 가짜 앱을 통해 제출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사기범에게 넘길 경우 계좌에 넣어둔 돈을 모조리 빼앗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포통장 개설 등을 통해 명의가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유형의 피싱에 따른 피해 사례는 최근 속출하는 추세다. 지난 1월 40대 여성 A씨는 한 저축은행을 사칭한 문자에 500만원의 피해를 보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A씨가 보낸 운전면허증으로 사기범이 대출을 받은 뒤 잠적한 것이다. 지난달 부산 기장경찰서는 저금리에 대출해주겠다는 문자로 피해자를 유인해 2억6400만원을 빼앗은 보이스피싱 관리책, 현금 수거책을 붙잡기도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