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서 '극락왕생' 기원
"선호야, 좋은 곳으로 가라" 부친 고개 떨군 채 눈물
평택항 사고 故이선호 49재…"돈보다 중요한 건 노동자 생명"
"극락왕생하시옵고, 나무아미타불", "모든 고통 벗어나고, 나무아미타불"
9일 아들 선호(23) 씨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이재훈 씨가 종이로 만든 위패를 촛불 위로 가져갔다.

불이 붙은 위패는 금세 회색빛 잿가루가 돼 바람을 타고 허공 속으로 흩어졌다.

"선호야, 좋은 곳으로 가라"며 목놓아 아들 이름을 부른 부친은 영정 앞에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훔쳤다.

한낮 땡볕이 내리쬐는 길바닥에 고개를 떨군 그는 아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 스님 부축을 받고서야 일어섰다.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는 평택항에서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 선호 씨의 49재가 봉행됐다.

그는 4월 22일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하루가 멀다 하며 벌어지는 산재사고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된 것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목탁과 종을 울리며 선호 씨가 떠나가는 마지막 길에 함께 했다.

제단 위에 놓인 선호 씨 영정 앞으로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나와 삼배를 올리고 명복을 바랐다.

평택항 사고 故이선호 49재…"돈보다 중요한 건 노동자 생명"
선호 씨의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제단 앞에 나란히 서서 선호 씨의 얼굴을 마주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사노위 위원장 지몽스님은 "우리 사회가 비용과 시간보다 노동자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달아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사회를 보던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반복되는 산재사고로 노동자가 고통받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약한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 노동자들은 왜 끊임없이 눈물이 나고 죽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호 씨 아버지는 49재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아들이 없는 지난 49일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오늘 자식의 영혼을 보냈습니다.

육신은 보내지 못한 아비의 마음은 찢어질 거 같습니다.

이 심정 세상의 어떤 말로 대신하겠습니까.

자식의 죽음 앞에서 제가 너무 죄스럽습니다.

"
선호 씨의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않았다.

사고 책임자 처벌 등을 두고 사측과 피해자 측의 협의가 진행 중인 탓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