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정부가 잇따라 비용을 국민에 전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해주는 법안으로 연내 시행된다.

개정안은 원자력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 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처를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부과해 적립하고 있다. 매년 2조원가량 적립되고, 작년 말 기준 여유 재원은 약 4조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월 초까지 비용 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 셈이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인상 등 우려에 대해서는 "사업자 비용 보전은 이미 조성된 전력기금 지출 한도 내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사실상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전력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던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제도를 2022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한다.

정부는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일단 연료비연동제 시행을 유보한 상태다.

만약 연료비연동제가 시행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제 유가가 과거처럼 고공행진을 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치솟을 우려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을 폐쇄하고 값비싼 LNG와 재생에너지로 그 공백을 메우려면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왔다.

전문가들 경고에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도 전기요금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2017년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폐쇄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수요가 줄고 공급은 과잉인 상태에서 전기요금이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것은 삼척동자도 플러스, 마이너스 해보면 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고통받는 국민에게 탈원전 세금 고지서까지 내미는 비정한 정부"라고 반발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우려했던 탈원전 청구서가 국민 앞에 날아드는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 가격경쟁력이 있으며 탄소배출이 없는 멀쩡한 원전을 중단시키고, 백두대간을 파헤쳐 중국산 부품의 저효율 태양광을 깔며 탄소 배출 주범인 고비용 LNG를 밀어붙인 에너지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1인 가구나 저소득 계층이 의지해온 전기 200kWh 이하 사용가구의 할인대상도 줄인다고 하니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부담만 키우는 역주행 고지서가 될 게 뻔하다"며 "이 정부는 3년 전 약속한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없다는 선언마저 뒤집고,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신음하고 민생은 질식 직전인데, 집값에 재산세, 건강보험료 폭탄도 모자라 '닥치고 세금 고지서'부터 들이밀 생각만 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