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모임인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1만5000장의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정부 정책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데 대한 분노와 좌절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임대인협회는 앞서 작년 10월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담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탄원서 제출은 협회가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취지다.

정부·여당이 지난주 부동산정책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다세대 등 비(非)아파트도 신규 등록을 폐지해 사실상 모든 유형의 민간임대제도를 없애기로 한 것이 임대사업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작년 6월 기준 전체 등록 임대사업자의 77%가량이 비(非)아파트다. 여당은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협회는 이 같은 ‘폭압적 입법’을 강행하면 추가로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각종 세금 혜택을 포함한 민간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전·월세 공급을 늘려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듬해 9·13 대책 때부터 정책기조를 바꿔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이들 때문에 집값이 뛴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지난해 7·10 대책에서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8년) 매입임대를 폐지했고, 최근 여당 개편안에선 그 범위를 넓혔다. 정권이 바뀌면서 큰 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는 있어도 이처럼 스스로 장려하던 제도를 4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경우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한 피해는 정부를 믿고 따른 사람의 몫이 됐다. 오랫동안 임대사업자로 지내왔는데 사업자 등록이 자동 말소되는 바람에 졸지에 다주택 중과세 대상자가 돼 수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는 사람도 생겼다. 그렇다고 집값과 전셋값이 안정된 것도 아니다. 지난달 서울 전셋값은 평균 5억원에 육박했다. 2016년엔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이 5억원대 초반이었다.

그런데도 여당은 언론 탓을 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제도 변경으로 혼란스러워 할 임대사업자와 해당 세입자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선량한 임대사업자는 계속 보호하는데 일부 언론이 이간·선동한다”고 했다. 그러면 탄원서를 낸 1만5000명의 임대사업자는 선량하지 않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