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딜리뷰-57년 전통의 우유업체 남양유업, 한앤컴퍼니에 팔렸다
남양유업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했습니다. 이번주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이었죠. 대리점 갑질, 오너 일가의 부도덕성, 대장균 분유, 불가리스 사건 등 그간의 위기를 결국 타개하지 못하고 모든 '짐'을 내려놓은 셈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오너 경영 리스크를 제외하면 우수한 제품력과 탄탄한 생산기반 등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큰 딜"이라며 "남양유업에 눈독을 들였던 PEF가 많은데 한앤컴퍼니가 발 빠르게 괜찮은 가격에 잘 낚아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회계법인의 기업실사 없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으로만 계약이 빠르게 진행된 이례적인 딜이라는 게 눈길을 끕니다. 물론 상장사이기 때문에 감사를 받아왔고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돼있는 상태지만, 보통은 인수합병(M&A) 계약 체결 전 기업가치와 지분 가격 산정을 위해서라도 회계실사를 받곤 하는데 말이죠. 그만큼 긴박했던 딜이라는 방증이겠죠.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확 개편해 성공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개선 사례'로 내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네요. 이밖에도 수많은 매물이 쏟아졌던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2주 동안의 딜 소식을 전해 드리는 딜 리뷰 코너입니다. 저는 지난 4월에 마켓인사이트부 M&A팀에 합류한 민지혜 기자입니다. 이상은 차장과 함께 딜 리뷰로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1. 57년 오너경영 접은 남양유업, PEF 손에서 얼마나 성장할까?

우유업계 2위 남양유업은 사실 1위 업체인 매일유업보다도 탄탄한 제품력과 생산시설을 갖췄다는 게 정평입니다. 하지만 '황제'처럼 군림하던 홍원식 전 회장 밑에서 임직원들은 이견을 내보지도 못한 채 세월이 흘렀습니다. 안에선 "곪을 대로 곪았다", "윗선을 아예 싹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아픈 비판도 나왔죠. 이에 대한 '경영실패' 사례분석 기사는 지난 토요일자에 실렸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물론 PEF 특성상 거버넌스(지배구조)를 확 개편하고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바꾸는 등 '알짜배기 기업'으로 예쁜 그림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거버넌스 개편으로 인해 회사가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보여주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성공사례'로 제격이겠죠. 다만 이후 한앤컴퍼니가 투자회수(엑시트)를 할 때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지분을 파는지에 따라 남양유업의 결정이 '빅 픽쳐'로 성공적이었는지가 재평가될 겁니다. 남양유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분석기사는 식품팀의 전설리 차장과 박종관 기자가 잘 풀어썼습니다.

2. 네이버-신세계도 뛰어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과연 승자는?

온라인 플랫폼 강자 '네이버'가 유통 공룡 '신세계'와 손잡고 G마켓과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네이버-신세계' 컨소시엄이 이베이를 품에 안는다면 거래액 규모로 무려 50조원짜리 초거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연맹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계기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죠. 차준호 기자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물론 네이버-신세계의 합종연횡이 진짜 이베이를 인수하게 될지, 인수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게 정답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합은 e커머스 산업이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해 큰 변화의 시기를 맞닥뜨렸다는 현실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이미 네이버를 위협하고 있는 쿠팡이 e커머스를 장치산업으로 변화시키면서 거대한 물류센터를 e커머스 사업의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세팅해놓은 상태죠. 쓱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도 정보기술(IT) 인력과 빅데이터 시스템 등 이베이코리아의 '20년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상황. 자세한 내용은 유통팀장인 박동휘 기자와 M&A팀 차준호 기자의 분석기사를 보시죠.

3. 쿠팡이 키운 판에 야놀자도 뛰어들었다

'100조'로 몸값을 키운 쿠팡 효과일까요. 국내 플랫폼 회사들이 '몸값 높이기'에 혈안이 된 것 같습니다. 애초 국내서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었던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무려 2조원을 투자받기로 했죠. 기업가치는 약 10조원 규모. 이미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손 회장이 또 다시 야놀자로 나스닥 상장 성공신화를 써내려갈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야놀자 그 자체만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적겠지만, 플랫폼 회사로서 여행, 식음료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데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반의 객실관리 자동화 시스템(PMS) 등으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왔기 때문에 연관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측의 전망입니다. 김채연 기자가 잘 정리했습니다.

야놀자는 이르면 2023년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는데요, 야놀자의 미국 상장 추진은 결과적으로 삼성증권과 JKL파트너스에게 가슴 아픈 일이 됐죠, 일종의 나비효과랄까. 야놀자의 국내 상장 주관사가 바로 삼성증권이었고, JKL파트너스는 이미 2년 전 야놀자와 같은 사업군의 여기어때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금액 대비 2배 이상을 받고 팔았지만, 2년 뒤 플랫폼 기업이 이렇게 비싼 몸값을 인정받을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결정이었죠.

4. 네이버와 카카오, 피 튀기는 '웹툰 1위' 경쟁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 칼'씩 주고받았습니다. 먼저 일본 내 웹툰 1위 플랫폼인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이 사모펀드(PEF)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6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네이버는 CJ그룹과 손잡고 국내 1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인수하기로 했죠. 문피아는 카카오도 눈독을 들이던 인기 매물이었죠. 김채연 기자와 구민기 기자가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들의 웹툰 인수 경쟁은 지적재산권(IP)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보기술(IT)산업이 한창 성장할 때는 누가 더 많은 회원 수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젠 누가 더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느냐를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미 카카오 프렌즈, BT21 같은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웹소설이나 웹툰이 영화화에 성공해 '대박'을 내는 경우도 많이 봤죠. 탄탄한 IP 확보는 미래 성장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승기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싸움일 겁니다.

아, 네이버와 카카오의 자존심 싸움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카카오가 투자유치 발표 시점을 앞당겼다는 점인데요, 차준호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이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증자 결정 공시를 하기로 돼있던 지난 20일 카카오가 이보다 먼저 외부로부터 더 큰 규모의 투자 유치 사실을 발표했죠. 웹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업체의 자존심 싸움이었다는 분석입니다.

5. 추억의 스타크래프트를 아십니까? 온게임넷이 매물로…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첫 출입처가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MMORPG, FPS 같은 생소한 게임 종류를 '공부'하고 PC방에서 친구를 불러 리니지를 시켜보곤 했었죠. 그래서인지 게임업계에는 남다른 애정(?)이 있는데요, 게임을 열심히 공부하던 그 시절에도 제가 범접할 수 없었던 영역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몇 날 며칠이고 밤을 새우던 '게임 덕후' 친구들은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살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해보고 출입처를 옮겼더랬죠.

그 스타크래프트의 프로 게이머들을 발굴했던 세계 최초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인 온게임넷(OGN)이 매물로 나왔다고 합니다. OGN을 보유한 CJ ENM이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임하고 매각을 추진중인데요, 업계에서는 가격을 100억원 안쪽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도 차준호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물론 예전만큼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대단하진 않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스타 팬'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온게임넷이 어느 정도 가격에 누구에게 팔릴지 궁금해집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