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기관총과 대전차 유탄발사기, 권총 등으로 중무장한 군인이 탈영하면서 1주일 넘게 수배가 이뤄지고 있다. 벨기에와 인접한 네덜란드, 독일, 룩셈부르크의 대테러 특수부대까지 투입돼 수색 작전을 펼쳤지만, 당국은 수배자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위장술에 능한 스나이퍼(저격수) 출신의 베테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벨기에 경찰은 지난 17일 브뤼셀 외곽 푸티에 있는 막사에서 탈영한 위르겐 코닝스(46)를 지명 수배했다. 코닝스는 무기고에서 M79 유탄발사기 4정, FN P90 기관단총, FN 5.7㎜ 권총, 방탄조끼 등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닝스는 여자친구와 가족에게 "더 이상 정치인과 바이러스학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정부에) 저항할 것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벨기에 정보기관은 코닝스를 극우 성향의 테러 위험인물로 분류해 감시해 왔다. 그가 네오나치 조직 BBET의 리더로 활동한 토마스 부텐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부텐은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상이 너의 신념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너는 혼자가 아니다"며 코닝스를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코닝스가 바이러스학자인 마크 반 란스트의 살해를 암시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적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트위터에 "란스트의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글을 게시한 것이다. 란스트는 벨기에 정부에 코로나19 봉쇄조치와 관련된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바이러스 전문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코닝스는 이 트윗 때문에 군에서 징계를 받고 사무직으로 인사 조처됐다가 최근 기존 업무로 복귀했다. 원래 그는 사격 훈련 담당 교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1992년에 입대했고, 아프가니스탄에 스나이퍼로 파병을 다녀온 경험도 있다.

벨기에 당국은 대대적인 수배에 나섰지만 코닝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 인근 림버그 지역에 있는 호그 켐펜 국립공원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코닝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발견돼서다.

장갑차와 헬리콥터, 250여 명 규모의 대테러 특수부대가 투입돼 전방위적인 수색 활동이 벌어졌지만 소득은 없었다. 국립공원 면적이 여의도(2.9㎢)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데다가 스나이퍼 출신인 코닝스가 위장과 은닉에 능해 수색에 더욱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최대 영자신문인 브뤼셀타임스는 코닝스에 대한 수색이 길어지면서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는 일시 폐쇄에 돌입했고,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코닝스가 위협했던 란스트와 그의 가족은 안전가옥으로 피신해 있는 상태다.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당국은 여전히 코닝스를 쫓고 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용의자를 찾고 있다"며 "코닝스가 사전에 안전가옥을 마련했는지, 조력자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코닝스가 호그 켐펜 국립공원을 벗어났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코닝스가 수색에 혼선을 주고 당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국립공원 근처에 SUV를 주차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